KFC UK, 컬트 요소 가득한 'Believe' 캠페인으로 Z세대 공략"팬덤을 위한 우리만의 종교 창조… KFC 고유의 세계 구축"맥도날드, 파파이스, 윙스톱과의 경쟁 속 새롭게 브랜드 포지셔닝마더 런던(Mother London)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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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비를 숭배하라(All Hail Gravy)!"숲 속에서 길을 잃은 한 남성이 신비로운 닭과 마주하게 된다.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던 그 때, 한 여성과 그를 따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남성을 에워싼다. 이들은 거대한 황금빛 달걀을 들고 남성을 호숫가로 안내한다. 황금빛 그레이비 소스를 연상시키는 호수에 다다르자, 여성은 남성을 번쩍 들어 올린 후 물가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여성이 남성을 물 속에 푹 잠기도록 넣었다 빼는 일종의 그레이비 소스 세례 의식을 거치자, 그는 거대한 황금빛 프라이드 치킨으로 변한다. 이후 영상은 "Beleive in Chicken(치킨을 믿으세요)"라는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끝난다.얼핏 보면 사이비 종교 영화 같기도 한 2분 분량의 이 영상은 치킨 프랜차이즈 KFC가 최근 선보인 'All Hail Gravy' 캠페인이다. KFC는 이 광고를 통해, 어지러운 세상 속 믿을 것은 치킨 뿐이라는 강렬하고 도발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전했다.27일 업계에 따르면 KFC의 신규 광고는 컬트적인 요소 때문에 많은 논란과 관심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치킨의 맛이나 매력을 강조하며 "치킨은 맛있다"고 강조하는 일반적인 치킨 광고와 달리, KFC는 "치킨을 믿으라"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치킨 광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요소들을 다수 차용했기 때문이다.이번 캠페인을 대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마더 런던(Mother London)의 마틴 로즈(Martin Rose) 제작전문임원(Executive Creative Director, ECD)는 "우리는 (브랜드와 관련한 소비자와의)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극단적이 되기로 했다"며 "본질적으로, 팬덤을 위한 우리만의 종교를 창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최근 들어 더욱 치열해지는 패스트푸드 치킨 전쟁 속에서 KFC는 컬트적 이미지와 부조리한 유머 코드로 새로운 소비층인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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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FC의 'Believe in Chicken' 캠페인. ©KFC UK
모니카 실릭(Monica Silic) KFC UK&아일랜드 지역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이 지루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위해 재밌는 해독제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 캠페인은 팬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제품이 지닌 진정성을 바탕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에 가볍고 유쾌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브랜드가 문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모니카 CMO는 "이번 광고는 혼란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사람들은 종종 식사 자리에서 '세상에 믿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면서 "이에 대한 KFC의 대답은, 많은 것을 신뢰할 수는 없지만 치킨은 믿어도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번 캠페인은 프라이드 치킨과 브랜드에 대한 KFC의 집착을 가장 재밌게 보여준다"면서 "KFC의 창립자인 커넬 샌더스(Colonel Sanders) 대령의 독특한 외모와, '프라이드 치킨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그의 사명은 진정한 컬트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광고는 컬트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KFC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마틴 로즈 ECD는 "우리의 컬트에는 고유의 상징이 있다. 다른 상징을 빌리거나 모방한 것이 아니"라며 "우리는 고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 KFC는 앞서 지난해 6월, 'Believe in Chicken' 광고를 선보였다. 해당 광고는 모든 것을 믿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도시의 수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걸린 듯 춤을 추며 거대한 닭 앞으로 모여드는 내용을 담았다. 이 광고 또한 닭을 신처럼 숭배하는 컬트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이번 'All Hail Gravy' 광고는 이의 후속편인 셈이다.'Believe' 캠페인은 KFC가 영국에서 진행한 광고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현재 영국 치킨 시장은 맥도날드(McDonald's)의 치킨 카테고리 강화, 파파이스(Popeyes), 윙스톱(Wingstop)과 같은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잇따른 진출 등의 여파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KFC는 치킨 경쟁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확실하게 끌 수 있는 파격적인 광고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FC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퀵 서비스 레스토랑(QSR)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KFC에는 오지 않는 영국 소비자가 2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모니카 실릭 CMO는 "KFC 브랜드를 아직 우리만큼 믿지 않는 2500만 명의 사람들을 위해 브랜드 재구조화를 결정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브랜드를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파격적인 콘셉트 덕분인지, 'Believe' 캠페인의 효과는 확실했다. 브랜드가 얼마나 현대적인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추적하는 '브랜드 모더니티 점수(brand modernity score)'가 'Believe' 캠페인 집행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으며, 2024년 4분기 KFC 영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KFC와 마더 런던은 'All Hail Gravy'의 영상 광고를 옥외 광고(OOH)와 함께 진행하고, 올해 10월까지 다른 액티베이션 및 브랜드 파트너십으로도 캠페인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