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의 늪에 빠진 나이키, 슈퍼볼 광고 복귀로 마케팅 전략 변화 예고여성 운동 선수들에 대한 선입견에 맞서는 나이키의 스포츠 정신 강조'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대로 되는 존재'라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 대행, 킴 게릭 감독 연출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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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가 27년 만에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제 59회 슈퍼볼(Super Bowl) 광고에 복귀했다. 나이키는 30초 당 800만 달러(한화 약 116억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광고판으로 불리는 슈퍼볼 광고를 발판 삼아 부진에 늪에서 다시 도약하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11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는 슈퍼볼 경기가 치러진 지난 9일(현지시간), 1998년 'FIT' 광고 이후 27년 만에 슈퍼볼 광고를 선보였다.나이키가 야심차게 선보인 60초 분량의 슈퍼볼 광고 'So win(그럼 이겨버려)'은 60명의 여성 운동 선수들이 등장해 나이키가 강조하는 스포츠 정신을 여성 그래미 수상 래퍼 도이치(Doechii)의 목소리로 자신감 넘치게 전달한다.광고에는 WNBA 선수 케이틀린 클라크(Caitlin Clark)와 사브리나 이오네스쿠(Sabrina Ionescu), 아자 윌슨(A’ja Wilson), 체조 선수 조던 차일스(Jordan Chiles), 육상 선수 샤캐리 리처드슨(Sha’Carri Richardson), 축구 선수 소피아 윌슨(Sophia Wilson, 전 소피아 스미스(Sophia Smith)), 테니스 선수 아리나 사발렌카(Aryna Sabalenka) 등 세계적인 여성 운동 선수들이 총출동한다.도이치는 내레이션을 통해 "넌 욕심내선 안 돼. 그렇게 집요해선 안 돼. 넌 너만 생각해선 안 돼"와 같은 여성 운동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 등을 얘기한 뒤 도발적인 목소리로 "그래? 그럼 넌 너를 먼저 생각해!"라고 말한다.이어 여성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연달아 보여주며 "'그렇게 당당해선 안 돼'. 그래? 그럼 당당해져. '넌 도전할 수 없어' 그럼 도전하고 '넌 정상에 설 수 없어' 그럼 정상에 서버리고 '넌 그렇게 과시해선 안 돼' 그럼 한껏 과시해 버려. '넌 관중석을 채울 수 없어' 그럼 보란듯이 관중석을 채우고 '넌 감정을 드러내선 안 돼' 그럼 감정을 마음껏 표현해 버려"라고 독려한다.마지막으로 도이치는 '너는 인정받을 수 없고 목소리를 내선 안되고 그렇게 큰 꿈은 가질 수 없고 기록은 경신할 수 없고 즐거워할 수 없고 욕심낼 수 없고 자부심을 가질 수 없고 기록에 연연할 수 없고 주목받을 수도 없어. 무슨짓을 해도 넌 이길 수 없어'라는 잘못된 시선을 비웃듯 "그럼 이겨 버려(So win)"라는 핵심 메시지를 외친다. 광고는 조던 차일스가 몸으로 표현한 나이키의 로고 스우시(swoosh)를 보여주며 끝난다.니콜 허바드(Nicole Hubbard) 나이키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이번 캠페인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 선수들이 기록을 경신하는 등 여성 스포츠가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그는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이 배제당하거나, 언더독(underdog)으로 취급 받거나, '넌 할 수 없다'는 얘길 듣기도 하며, 심지어는 스스로 '나는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며 "운동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대로 되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이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 옳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이어 "사회가 당신의 모습을 규정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결국 그 모습이 되고 말 것"이라며 "하지만 여성 운동 선수들은 모든 장벽을 깨부수고 있다. 그들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티켓 판매를 주도하며, 이제껏 받아본 적 없는 수준의 연봉을 스스로 쟁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광고는 여성 운동 선수들의 강인함과 자신감, 눈부신 경기 영상을 래퍼 도이치의 리듬감 넘치는 내레이션과 함께 선보이며 호평받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강렬한 스포츠 광고로 평가받는 것은 물론, 나이키가 스포츠 광고의 강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인 애드에이지(Ad Age)는 구글(Google)의 '드림 잡(Dream Job)' 광고와 함께 나이키의 'So win' 광고를 올해 최고의 슈퍼볼 광고로 평가하며 최고점인 별 5개를 부여했다.이 캠페인은 나이키의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Kennedy Portland)가 대행을 맡고, 존 루이스의 'Man on the Moon', 애플의 'The Greatest' 등 수많은 화제작을 연출한 세계적인 여성 감독 킴 게릭(Kim Gehrig)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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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키 모델 샤캐리 리처드슨. ©Nike
나이키가 슈퍼볼 광고에 복귀한 것은 지난해 10월 사령탑에 오른 엘리엇 힐(Elliott Hill) 나이키 CEO가 매출 부진을 반전시키기 위해 마케팅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후 이뤄졌다. 4년 간의 공백을 깨고 나이키에 합류한 엘리엇 힐 CEO는 1988년 나이키에 인턴으로 입사해 32년 간 근무했으며 마켓플레이스·소비자 담당 사장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그는 지난해 12월 나이키의 턴어라운드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나이키가 과도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도매업체와의 관계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의 실책을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나이키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공급량을 조절해 수요를 높이는 전략을 통해 조던(Jordan)과 에어포스 1(Air Force 1)과 같은 상징적인 스니커즈 브랜드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이번 슈퍼볼 광고 복귀 또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광고비를 들여서라도 1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슈퍼볼 시청자들에게 나이키의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이키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나이키의 2024년 회계연도 2분기(9월~11월) 매출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124억 달러(약 18조23억원)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11억6000만달러(약 1조6839억)로 26.6% 급감했다. 실적 부진 여파로 나이키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약 30% 하락했다.나이키는 브랜드 혁신과 Z세대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현재는 전략을 수정했지만, 소비자 직접 판매(D2C)와 퍼포먼스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D2C를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었지만, 그동안 구축해 온 도매 유통망과 가격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유통망이 망가지고 자사 쇼핑몰에서 무리한 할인 정책을 펼쳐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결국 나이키는 가장 자신있는 전략인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스포츠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는 동시에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이키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기 위해 나이키 부사장이었던 니콜 허버드를 CMO로 선임하고 베테랑 마케터들을 불러 모으는 등 최근 몇 달에 거쳐 마케팅 부서를 개편했다.JP모건(JPMorgan)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엘리엇 힐 CEO와 매튜 프렌드(Matthew Friend) 나이키 최고 재무 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 CFO)는 니콜 허버드 CMO의 복귀와 슈퍼볼 광고, 그래미 어워드에 맞춰 집행한 조던(Jordan) 브랜드 40주년 광고 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엘리엇 힐 CEO는 지난 12월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다시 스포츠를 둬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나이키는 큰 규모의 대담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과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