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현장 배치플랜트 기준 완화 추진작년 레미콘 공장 가동률 외환위기보다 악화수도권 레미콘 단가협상 4개월만에 2.5%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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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미콘 생산시설 현장 전경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레미콘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역대 최저 가동률을 기록한 데 이어, 정부의 현장 배치플랜트 설치 기준 완화 움직임에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S 인증을 취득한 1079개 국내 레미콘 공장의 가동률은 역대 최저인 17.4%를 기록했다.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가동률 29.6%보다 낮은 수준으로, 레미콘업계는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게다가 지난달 대한건설자재직자협의회와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실무자 모임인 영우회가 4개월간 진행한 수도권 레미콘 단가 협상 결과, 전년보다 레미콘 단가가 2.5% 인하됐다.당초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건설업계의 인하 주장에 11차례 협상 끝에 결국 인하돼 부담이 커졌다.더욱이 지난 연말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건설 현장 내 배치플랜트 설치·생산 기준을 완화하는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배치플랜트는 시멘트, 모래, 자갈 등의 재료를 조합해 균일한 레미콘을 생산하는 시설로, 공사 현장에도 설치해 생산이 가능하다.현행 현장 배치플랜트 설치 기준은 레미콘업체가 공사 현장에 90분 이내에 공급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설치하되, 현장 외 반출은 금지하고 있었다.또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 레미콘업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할 경우 주변 업체가 전체 물량의 50%를 공급하도록 하는 공동협력을 의무화했다.하지만 개정안은 사업조정 신청을 일괄 기각하고, 현장 배치플랜트에서 생산한 물량을 인근 현장으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했다.이에 레미콘업계는 건설경기 악화로 현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 외부 반출 시 주변 업체들의 수주 기회가 줄어들고, 생산 과잉을 부추겨 산업 전반이 악화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격오지를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은 90분 이내에 적시 공급이 가능하며, 현장 배치플랜트 설치 시 KS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제품으로 인한 품질 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통상 레미콘은 장거리 운반이 불가능해 지역별로 산재돼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현장 배치플랜트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면 중소업체 뿐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타격이 있다는 것.현재 서울의 경우 올해 말 철수 예정인 풍납동 삼표산업을 포함해 세곡동 천마콘크리트, 장지동 신일씨엠 등 3개 업체가 있으며, 경기도와 인천 등에서 레미콘을 공급받고 있다.또한 레미콘의 물동량이 줄어들면 운반비 상승 등 악순환이 지속되기 때문에,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건설자재업체를 고사시키는 역차별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2009년 정부가 차주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로 인해 16년간 레미콘 믹서트럭은 단 한 차례도 증차되지 않아 운반사업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국토부는 지난달 20일 입법예고 의견 수렴을 마쳤지만, 레미콘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 시공사·발주처 등 업계의 의견 수렴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향후 현장 배치플랜트 설치 기준이 개정안대로 진행된다면, 건설 현장 내 배치플랜트 설치에 수백억원이 투입돼 이 또한 레미콘업계에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강문혁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상무는 “그동안 일부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원인은 시멘트 공급 차질과 레미콘 운반사업자들의 파업 등이 컸기 때문에,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