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반도체 Top 15’ 지수, 전장 대비 0.41% 상승美 품목 관세 예고·대중국 규제 강화에도 수출 증가세“현 주가, 관세 우려 반영 … 메모리 가격 상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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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반도체주들이 강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국내 주요 수출품 대부분이 수출 감소를 기록한 반면 반도체 품목은 홀로 증가세를 보인 데다 메모리 비축 수요 증가로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가격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주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전 거래일(2031.67)보다 0.45% 오른 2040.77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0.04% 상승한 2032.53으로 개장한 뒤 장중 2.14% 뛴 2075.99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지수 구성 종목들의 주가 희비는 엇갈렸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71% 오른 3만5950원에 거래를 마쳐 상승 폭이 가장 컸고 ▲한미반도체(2.60%) ▲ISC(1.43%) ▲티씨케이(1.33%) ▲SK하이닉스(0.91%) ▲DB하이텍(0.61%) ▲삼성전자(0.18%) ▲피에스케이홀딩스(0.14%)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HPSP(-2.06%) ▲테크윙(-1.27%) ▲와이씨(-1.09%) ▲원익IPS(-0.89%) ▲LX세미콘(-0.79%)은 하락 마감했으며 리노공업과 이오테크닉스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관련 종목들이 전반적인 오름세를 나타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는 1.89% 상승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1.85%) ▲KB자산운용 ‘RISE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1.68%) ▲‘TIGER 한중반도체(합성)’(1.46%)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레버리지’(1.44%) ▲신한자산운용 ‘SOL 반도체전공정’(1.39%) 등도 올랐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2025년 4월 1일~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3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18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주요 10개 수출품 중 ▲가전제품(-29.9%) ▲컴퓨터주변기기(-23.3%) ▲석유제품(-22%) ▲선박(-9.1%) ▲철강제품(-8.7%) ▲승용차(-6.5%) ▲정밀기기(-5.9%) ▲자동차부품(-1.7%) ▲무선통신기기(-0.5%) 등 9개 품목이 모두 감소했다. 반도체 홀로 수출액이 10.7% 증가한 64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반도체는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제약·바이오와 함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관측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직접 언급했으며 미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도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앞서 인텔은 중국 고객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D램 대역폭 1400GB/s, I/O 대역폭 1100GB/s, 두 가지를 합쳐 1700GB/s 이상이면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HBM2 이상이 탑재된 AI 칩 대부분은 규제 대상이 됨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55억 달러, AMD는 8억 달러의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반도체 섹터의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세 협상 타임라인을 3~4주로 제시했지만, 중국이 예상보다 고자세로 나오고 있어 협상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관세 이슈가 미국의 소비에 영향을 주게 될 경우 IT 투자와 소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 관세 정책으로 메모리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는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 가격(ASP)이 전분기보다 3~8%가량 높아질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미국 정부가 대부분 지역에 90일간의 상호 관세 유예기간을 부여하면서 메모리 공급사와 구매자 모두 거래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2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4월부터 디램, 낸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레거시 메모리 가격 인상과 출하 증가에 따른 DS(반도체) 이익 증가 효과로 직전 분기 대비 7% 늘어난 7조원으로 추정돼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4분기까지 증익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H20E 중국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HBM3E 12단 출하 증가 효과로 전 분기보다 24% 증가한 8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주들의 현재 주가는 이미 관세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반도체, 전자기기 등으로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관세 불확실성의 피로감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게 위험 요인으로 판단지만,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 폰, PC 등의 경우 중국 생산 비중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만큼 만약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를 겨냥한 핀셋 조치 성격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현 주가는 관세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향후 하락위험보다는 상승 여력에 초점을 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