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지속에 원·달러 환율 급등락 … 1398원 마감출렁이는 환율에 기업들 골머리 … 서학개미 ‘이중고’ 우려↑“변동성 장세 당분간 이어질 것 … 수혜·피해주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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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통상 협상과 관련한 기대와 연휴 기간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이어가자 원·달러 환율이 약 5개월 만에 1300원대로 하락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장중 극심한 널뛰기 … 관세 불확실성 등 영향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개장 직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1405.3원)보다 25.3원 급락한 1380.0원으로 출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1374.0원)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다.하지만, 이후 급등세로 돌아서며 1400원대를 다시 터치하는 등 널뛰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1398.0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전 거래일보다 7.3원 내린 수준이지만, 개장가 대비로는 18원이나 급등했다.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 장세를 펼친 배경은 미국과 중국 간 스위스 회동 소식과 연휴 사이 불거진 대만달러 강세 용인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앞서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지난 2일과 5일 이틀 동안 약 10% 급락한 바 있다. 전날에는 2.7% 급반등해 29.943달러를 기록했으며 3거래일 동안 대만달러 가치는 7% 급등했다.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자국 대만달러의 통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 등이 퍼졌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환율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 공식 부인했지만, 대만달러화의 강세 기대감으로 외국 자본 유입과 대만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세가 지속됐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단 대만달러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 통화 강세의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에 따른 위안화 강세 및 그와 연동된 원화 등 아시아통화 강세 ▲대만과 미국의 관세 합의 가능성으로 인한 대만달러 강세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달러화 약세 ▲대만 보험사 및 TSMC 등 기업들의 환 헤지 물량 출회와 같은 수급 요인 등”이라며 “사실 특정 현상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명확한 원인을 짚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 심화에 기업·투자자 혼란 가중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국내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졌다.개장 직후 환율이 급락했을 때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달까지 고환율 기조로 고통받던 철강,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항공 등 원유·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조선, 기계, 방산, 자동차, 타이어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들은 긴장감을 키웠다. 그러다 장중 원·달러 환율이 상승 전환하자 이들 업종 간 희비가 다시 엇갈리기도 했다.이에 각 기업에서는 환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환 헤지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 헤지는 선물환 계약, 통화 스왑, 옵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활용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조선 3사의 경우 50~100%에 가까운 환 헤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통상적으로 환율 헤지 비중을 50%로 가져갔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올라가면서 75%로 확대하기도 했다”며 “현재는 ‘60% 플러스 알파’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현대자동차와 HD현대 등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활용한 자연 헤지와 금융 헤지를 병행 중으로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 스왑 계약을 늘리며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SK이노베이션은 원유 구매계약의 상당수를 선물환으로 헤지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해 상품 선물 계약을 병행하는 등 적극적인 환 헤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대기업 대비 자금, 전문인력, 정보 등의 부족으로 환 헤지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은행 지원, 환 변동 보험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원·달러 환율의 급변동으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환차손 우려도 커졌다.특히 국내 증시가 휴장한 지난 5, 6일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067억1989만달러로 지난달 말(1048억3614만달러)보다 1.80% 늘어났다.통상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낮아져야 미국 주식을 팔고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유리하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오히려 평가 손실이 날 수 있어 서학개미들은 환율을 살피며 투자해야 한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뉴욕증시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환율의 변동성도 높아진 만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며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환율 변동성 당분간 이어진다 … 수혜·피해주 구분해야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과정이 불투명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화 산업,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산재해 있어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최근 상황을 보다시피 굉장히 변동성이 크다”며 “환율이 내려올 만큼 다 내려왔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미-중 협상이 잘되는 분위기지만 환율 변동이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고 언급했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아시아 통화 초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며 “주요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기대가 이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구체적인 협상 과정이 불투명한 데다가 트럼프의 영화 산업·의약품 관세 부과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로는 원·달러의 추가 하락과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며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와의 협상 불확실성과 함께 단기적으로 달러화 반등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에 따라 수혜·피해주 찾기에 분주했다. 이날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던 만큼 환율 하락기 수혜주들이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냈다.통상 환율 하락기에는 항공, 여행, 음식료, 유틸리티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실제 이날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가장 많이 오른 지수는 주요 항공주들이 포함된 ‘KRX 운송’으로 전장(962.00) 대비 3.30% 상승했다. 항공주별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7.85%나 급등했고 ▲에어부산(7.09%) ▲진에어(6.92%) ▲한진칼(5.69%) ▲아시아나항공(5.08%) ▲제주항공(4.58%) ▲티웨이항공(3.71%) 등이 일제히 우상 곡선을 그렸다.항공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요 여행주의 경우 하나투어가 3.90% 상승했고 ▲그래디언트(2.23%) ▲모두투어(1.99%) ▲참좋은여행(0.62%) ▲SM C&C(0.48%) ▲레드캡투어(0.38%) ▲노랑풍선(0.31%) 등이 올랐다. 또한 ‘KRX 유틸리티’ 지수는 0.96% 상승했는데,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3.91%) ▲대명에너지(3.66%) ▲SK이터닉스(2.80%) ▲지역난방공사(2.27%) ▲SGC에너지(1.08%) ▲서울가스(0.59%) 등이 강세를 보였다.반면 자동차, 2차전지, 조선 등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환율이 하락할 때 대표적인 피해주로 꼽힌다.이날 2차전지 업종에서는 ▲에코프로비엠(-3.73%) ▲에코프로(-3.59%) ▲에코프로머티(-2.74%) ▲포스코퓨처엠(-1.76%) ▲SKC(-1.28%) ▲LG화학(-0.95%) ▲삼성SDI(-0.81%) ▲SK이노베이션(-0.43%) 등이 하락했고 현대차(-0.95%), 기아(-1.45%), HL만도(-1.87%) 등 자동차주도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는 연휴 기간 아시아통화 강세 여파에 따른 원화 강세로 업종별 차별화가 진행됐다”며 “특히 항공 등 수혜주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