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미 빚폭탄發 신용강등 보고도 '호텔 경제학' 운운"실제 구현된 사례, 짐바브웨·베네수엘라로 경제곤란" "커피 원가 120원" … 현실과 괴리된 수치 비판 잇따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제관이 21대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이 후보의 "돈을 통한 경기 부양"과 관련된 발언들이 전통적인 시장 경제의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다, 지나치게 인기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가 군산 유세에서 꺼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호텔 경제학'과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은 '돈에 대한 집착'과 '표에 대한 집착'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비약'이라고 말하지만, 이번 발언들은 '이재명 경제관'의 핵심 포인트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하게 검토 대상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발 부른 이재명의 '돈 풀기 경제정책' 

    이 후보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경제관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우파 정당이 감세론을, 좌파 정당이 재정론을 앞세우는데 이 후보의 경제관은 여기에서 더 한 발짝 나아가서 재정을 통한 돈의 흐름으로 경기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둔다. 

    그가 내세운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이나 보편소득, 지역 화폐 등은 재정 역할론의 대표적 도구이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정책들은 국가의 곳간 사정이나 경제적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인기에만 급급한다는 '표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의 '호텔 경제학' 역시 같은 흐름에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6·3 대선 후보자 첫 TV 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을 정면 비판하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했다"고 직격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자신의 대표 공약인 '지역 화폐'의 경제 순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언급한 '호텔 경제론'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호텔에 여행객이 10만원 예약금을 지불하면 돈이 마을 전체를 순환하고 마지막에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해 예약금을 도로 받아가도 경제는 활성화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이른바 이 후보의 '호텔 경제론'은 돈을 풀면 연쇄적인 소득·소비 증가를 촉발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이른바 '승수 효과'를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기본 전제부터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 경제재건축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를 두고 "실제 수입도 아닌 예약금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돈만 돌면 된다'는 논리로 국민의 혈세를 뿌리는 재정 정책은 결국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강사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대변인도 "노쇼로 피해 본 자영업자들이 있는데 이를 경제활성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확장 재정이 소비를 견인하는 것만도 아니다. 실제 코로나19 당시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한 추가 소비효과는 30%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나머지 70%는 저축과 빚 상환 등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부채發 신용등급 강등 보고도 돈 풀기 고집하나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한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호텔 경제론'은 시기적으로 민감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조차도 연방정부 부채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국제사회의 재정 위기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이 같은 경제 인식을 두고 정치권 공방도 거세졌다. 

    이재명 후보는 '호텔 경제론' 비판을 두고 "성장을 말한 게 아니고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설명한 것"이라며 "왜 그렇게 단순하냐"고 맞받았다. 

    이준석 후보는 "실제로 구현된 사례가 짐바브웨 아님 베네수엘라"라며 "그 나라들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든지 복지 과잉 때문에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었는지는 우리 국민들이 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막대한 보조금을 남발하고 재정을 무상 복지 정책에 쏟아 붓던 베네수엘라는 물가와 실업률이 빠르게 치솟으며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파국을 맞았다. 세계적 자원강국이었지만 베네수엘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로 경제가 파탄 상태에 빠졌다.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외부 원조를 거부하는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경제가 어려워지자 2006년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내면서 시작됐다. 2008년 정부가 공식 발표한 물가상승률은 2억3100만%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짐바브웨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하고 2015년 자국 화폐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또 '주 4.5일제' 공약과 관련해 "당연히 임금 감소가 없이 4.5일제로 가야하고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점진적으로 타협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가 빠져 있고 그냥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말만 한다"며 "원래 사람들이 어려울 때 옆에 사이비 종교가 다가오는 것처럼 가장 위험한 형태의 사람"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불붙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전북 군산 유세에서 이 후보가 커피 한 잔에 원가 120원이라고 발언해서 굉장히 시끄럽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발언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2019년 봄경에는 커피 원재료 값이 (커피 한 잔당) 120원 정도가 맞다. 인건비와 시설비는 감안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이 알려지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각종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소상공인들은 '원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페 주인들 혈압 올라가는 소리", "커피 파는 가게 다 도둑놈 놈들인가", "현실 물가를 제대로 모른다" 등 불만이 줄을 이었다. 

    해당 발언은 자영업자 현실과 괴리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지난 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6000명 줄었다. 이는 경기 침체 속에 폐업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 신청건수는 이미 연간 목표치인 3만건에 육박한 상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개월 연속 감소 중으로, 홀로 운영하는 1인 사장님만 소폭 늘고 있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