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필리핀 내 한인 식당 등에 진로 납품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인식' … '소주' 브랜드 안착편의점 등 가정채널 공략 … 소비자 접근성 높아져
  • ▲ 강정희 K&L 대표가 필리핀 내 소주 트렌드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강정희 K&L 대표가 필리핀 내 소주 트렌드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예전에는 식당에서 ‘진로’를 달라고 하면 다른 브랜드 소주를 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현지인 종업원도 리큐르(과일)와 레귤러(일반)를 구분할 정도가 됐다”

    지난 5월 18일 필리핀 마카티 시티에 위치한 K&L 사무소에서 만난 강정희 대표는 “아버지인 선대 회장님 때부터 30년간 하이트진로와 함께 소주를 필리핀에 선보여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K&L는 하이트진로와 파트너십을 통해 한식당 등에 소주를 납품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로컬 매장의 경우 PWS, 필리핀 내 한식당 등 네트워크는 K&L과 함께하고 있다.

    본래 K&L은 식품을 유통하던 회사였다. 필리핀 내 각 지역의 한식당에 식자재와 식품을 납품하면서 자연스레 소주에 대한 주문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소주를 취급하게 됐다.

    강 대표는 “30년 전만 하더라도 필리핀에서는 소주를 한 병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한인 교포도, 관광객도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점차 교포와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K&L은 식자재 유통 대신 진로만을 전담해서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있는 하이트진로로부터 물건을 받아 각 지역 식당가에 납품하는 형태다.

    필리핀은 한국과는 달리 한 개 브랜드만을 독점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종합상사 형태를 띄는데, 때문에 K&L은 진로만을 유통하다보니 노하우나 거래 네트워크를 확립하는 데 장점이 있었다.

    그간 리큐르(과일소주) 위주에서 레귤러(일반소주)로 소비가 옮겨간 것도 특이점이다.

    강 대표는 “2022년 정도까지만 해도 리큐르와 레귤러 점유율은 비슷했는데, 지금은 레귤러가 70%는 된다”면서 “현지에도 소주와 비슷한 술이 있는데, 알코올 냄새가 심해서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 물류창고에 쌓여있는 진로ⓒ조현우 기자
    ▲ 물류창고에 쌓여있는 진로ⓒ조현우 기자
    K&L이 1년에 필리핀으로 들여오는 물량은 컨테이너 550~600대 정도. 컨테이너 한 대에 소주 20개들이 1260개 상자가 들어가는 것을 계산해보면 연간 취급하는 소주는 1512만병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법인과 K&L의 돈독한 파트너십은 계속되고 있다.

    강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 본사에서 물건을 받아 유통하다보니 (선적 등) 신경쓸 부분이 많아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아쉬웠다”면서 “소통을 하려고 해도 예전에는 메일이나 전화였고, 회신을 받는데도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법인이 생겨서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법인을 통해 납품하고 있고, 법인과 함께 마케팅을 고민하면서 유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 마닐라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현지인들이 진로를 즐기고 있다.ⓒ하이트진로
    ▲ 마닐라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현지인들이 진로를 즐기고 있다.ⓒ하이트진로
    수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크게 북부의 루손섬, 중부 비사야 제도, 남부 민다나오섬으로 구분된다. 물류와 유통망이 잘 갖춰져있다고 하더라도 필리핀 전국을 담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K&L은 가정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강 대표는 “로컬에서 가장 물류가 잘 돼있는 곳으로 세븐일레븐이 꼽히는데, 이곳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남부 지역인 민다나오섬 지역까지도 진로가 매대에 비치돼있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진로를 필리핀에 유통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인식’이다.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한국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음식과 소주를 곁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또 “식당에서 ‘소주 주세요’라고 하면 종업원이 무작위로 다른 브랜드의 소주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지금은 한국 문화를 통해 현지인들도 진로에 대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그런 일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 뮤직비디오가 유행하면서 소주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면서 “한류가 현지 영업에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