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상법개정안 2 ~ 3주안 처리"이사충실 명문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삼성, 삼바 사전작업 … SK, 할인율 수혜소송 남발·경영권 침해 등 혼란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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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재계가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지배구조를 정비하며 사전 작업에 나섰다. 업계에선 주주등의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이달 안에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주주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한 상법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일정 비율 이상 독립 이사 선임 의무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이 담겼다. 상법개정을 통해 기업 합병 및 분할 규정,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공시 의무 확대 등 관련 규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이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 4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부결된 바 있다. 이에 이 당선인은 지난 2일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이미 한번 (통과) 했으니 좀 더 보완해서 세게 해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 (처리 하는데) 한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상법개정안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주주들의 소송 남발, 행동주의 펀드 공격, 기업 경영 위축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이사에 대한 주주 소송 남발로 기업이 신사업 진출 및 투자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기업 경영권이 침해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기업들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삼성그룹은 상법개정안을 의식해 핵심 자회사 인적분할 등 사전 작업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적분할로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핵심 사업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지배구조 개편에 손쉽게 활용하기 위한 의도다. 자산 유동화, 지분 맞교환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오너가가 지분 36.02%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회사다.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이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등 사전 작업을 거쳐 지배구조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다. 상법개정안 통과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삼성물산 보다 높아 지배구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게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삼성물산이 가진 카드를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해야 할 상황인데 정권 교체와 상법개정안 등이 맞물리면 이전처럼 이런 작업은 쉽지 않아질 것"이라며 "삼성 뿐만 아니라 SK, 한화, 두산 등 여러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주가 상승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주회사의 경우 할인율 증가로 기업가치 하락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기업 가치가 저평가 되고 있단 지적을 받은 SK(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유동성 할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태생적으로 지주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법개정안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간 이해상충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할인율 축소로 이어지면서 SK(주)와 같은 지주 회사들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