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상법 개정에 재계 경영권 무장해제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많을수록 불리한화·GS·롯데 순 취약… 삼성도 33% 제한투기자본, 적은 지분으로도 감사위원회 진입뒤틀리는 지배구조… 포이즌필 등 방어수단 전무
-
-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내년 7월 ‘합산 3%룰’을 담은 상법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많은 기업일수록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제한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대기업은 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피하기 어렵다.재계는 편법 승계라면 당연히 감시가 필요하지만, 합법적 승계 과정까지 외부 세력이 제동을 걸 수 있는 구조에서는 경영권 안정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10대 그룹(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업집단 상위 10개 그룹)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합산 3%룰’ 적용시 평균 33.3%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룹별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삼성물산(삼성) 33%, SK(SK) 22.5%,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기아(현대자동차) 27.7%·29.3%·33.3%, LG(LG) 38.7%, 롯데지주(롯데) 42.4%, 한화에너지(한화, 주주·지분율은 ㈜한화 기준) 52.9%, HD현대(HD현대) 34.2%, GS(GS) 50.5%, 신세계·이마트(신세계) 26.2%·25.9%, 한진칼(한진) 17%로 집계됐다.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에서 단순 3%를 제외해 계산했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을수록 감사위원 선임 때 더 많은 의결권이 제한되는 구조다.합산 3%룰은 사내이사 뿐 아니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에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지난 7월 통과된 1차 상법개정안에 포함됐다. 기존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주주별로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단순 3% 룰이 적용돼왔다. 당초 법 공포 후 바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치기로 했다.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선임에만 합산 3%룰이 적용돼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감시 기능은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소액주주·해외 기관·행동주의 펀드 등이 경영에 개입해 견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올해 상반기 기준 10대 그룹 가운데 최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 지분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다. 한화의 경우 ㈜한화가 지주사격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는 최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 지분이 55.9%에 달한다. 합산 3%룰 적용시 52.9% 의결권이 제한된다. ㈜GS와 롯데지주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각각 53.5%, 45.4%를 보유하고 있다. 합산 3%룰 적용시 이들 회사도 각각 50.5%, 42.4%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절반 가까운 지분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이 힘을 모으면 감사위원 선임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감사위원회는 내부거래, 분할, 합병 등 그룹 지배구조 핵심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재계에서는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국내기업을 외국계 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 ▲ 합산 3%룰 적용시 10대 그룹의 의결권 제한 현황.ⓒ이가영 기자
일례로 합산 3%룰 적용시 의결권 제한 지분이 많은 한화, GS, 롯데의 경우 현재 승계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 체제 안착을 추진 중이고, 롯데는 신동빈 회장 이후의 체제 구축에 시동을 걸고 있다. GS 역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비롯한 4세 경영 승계 구도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승계 과정에서는 지분 분산과 지분 이동이 불가피한데, 여기에 의결권 제한까지 겹치면 경영권 안정성은 한층 약해질 수 있다.이 같은 시기 적대 자본이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경우, 단순한 견제 차원을 넘어 승계 작업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편법 승계의 경우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만, 정당한 승계 과정이라도 외부 추천 감사위원이 제동을 걸면 기업의 전략적 결정과 경영권에 영향을 받게 된다.경영 판단의 자율성도 훼손된다.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 등은 지분을 쪼개고 특수관계인의 범주에서 빠져나감으로써 보다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기 유리하다. 이는 내부 정보 유출이나 이사회 내 갈등, 전략 정보의 외부 유출 등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한 대기업 관계자는 “승계는 불법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인데, 합산 3%룰이 도입되면 합법적인 승계조차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주주 지분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제도는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재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에 경영권 보호장치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글로벌 자본시장에 통상 존재하는 방어수단이 없어 외국계 투기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한국 기업의 경영권 안정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가치가 하락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과 노란봉투법의 목적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사의 상생을 촉진해서 전체 국민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데 있다”며 “이런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노사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상호 존중, 그리고 협력의 정신을 더욱더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 더 센 상법 온다'… 기업 자금줄 자사주 정조준정부여당은 7월과 8월에 이어 9월 정기국회에서는 3차 상법 개정을 예고하고 있다.3차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임죄 완화, 한국판 디스커버리 제도(소송 전 당사자 간 증거·정보 상호 공개) 도입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여당이 독주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개정안 또한 강행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없애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 주식을 임직원 복지의 의미가 있는 스톡옵션 등의 목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소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기업 합병 등의 목적으로 우호 세력에게 싸게 팔아 의결권을 확보하고, 일반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전체 주식 수가 줄고 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소액 투자자들의 요구가 큰 상황이다.연이은 반기업법에 재계는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두 달 사이 상법이 연속 개정되는 건 이례적”이라면서 “3차까지 이어지면 자금 운용과 지배구조 설계의 선택지가 한 번에 줄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특히 재계는 자사주 소각으로 경영권 방어와 자금 조달의 유연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단기적으로는 유통주식 수 감소를 통해 주당가치(EPS)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이고 인수·합병(M&A) 대가 지급 등 활용 수단이 위축돼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우선, 소각은 회계상 납입자본을 줄여 자기자본 규모를 축소시키므로 같은 부채 수준에서도 부채비율이 오르고 자본완충력이 약화된다. 이는 경기 하강기나 대규모 투자 국면에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번질 수 있고, 곧바로 회사채·대출 금리에 전이돼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가중평균자본비용·WACC)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정유·화학처럼 설비투자 규모가 크고 업황 변동이 심한 업종일수록 타격은 더 크다.한 대기업 재무담당자는 “투자 사이클과 조달 사이클을 맞추는 게 핵심인데, 취득 후 1년 내 소각이라는 제한이 걸리면 불리한 시점에도 소각을 강행해야 하는 역설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