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관세 리스크 완화로 증시 상승세지만 변동성 대비 필요국내 경기 내수 침체·관세 충격파로 수출 경기 암울美 경기 둔화·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도…증시 불안 요소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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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출범과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 완화에 코스피가 하반기 3000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장밋빛 전망'에만 집중하기보단 변동성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49%) 상승한 2812.0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장 중 2800대를 돌파한 건 지난해 7월19일(2802.68)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앞서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2.66% 상승한 2770.8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달 26일 2600대를 회복한 뒤 지난 4일까지 6거래일 동안 4.78% 상승했다. 

    주도주의 약진이 지속된 가운데 신정부 정책 기대감이 퍼지면서 2700대를 빠르게 회복한 코스피가 새 정부 출범한 지 이틀 만에 2800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구조 개혁·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이 대통령은 그간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외국인 투자 여건 개선 등을 강조해왔다. 주주 충실 의무를 포함한 상법 개정을 비롯해 주가를 한 번이라도 조작하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등도 주장했다.

    시장에는 증시 활성화 정책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리스크의 완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국인 수급 강화 등 대내외적인 호재를 바탕으로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3000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나정환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 등 주식시장의 배당성향 및 자사주 매입을 확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그 이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니문 랠리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하반기 추세적 상승 '미지수'

    정치적인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새 정부에 따른 허니문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정책 수혜가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가 될 순 있지만 미국 관세 변수를 비롯해 인플레이션,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 등 매크로 환경이 짧은 시간 내에 개선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장기간 이어진 내수 침체에 미국 관세정책 충격파로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하반기 수출 부진을 반영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을 0%대로 큰 폭 낮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주력 상품 중 반도체가 역대 5월 최대치를 기록하며 선방했으나, 자동차 수출이 30% 이상 급감했다.

    미국과 중국향 수출이 동시에 급감하며 트럼프 관세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분기 한국 수출 사이클의 추가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및 국내 정책 기대 관련 심리 개선이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크로 측면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여건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한 효과는 이미 증시에 선반영됐다. 유의미한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 심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도 증시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 4일 민간 고용조사기관 ADP에 따르면 5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3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가 고용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는 평가다.

    연준은 당장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역 정책과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하반기 증시 방향성은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인하 성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만약 하반기 3~4회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인하라면 올 하반기 증시 방향성은 하방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경기 침체에 선제 대응 혹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하고 인하하는 것이라면 하반기 증시 방향성은 상방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예상했다.

    때문에 코스피 낙관론에만 집중하기보단 변동성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병현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국내 정책 기대 관련 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매크로 펀더멘털 여건이 부족해 외생 변수에 의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다"며 "추세적 상승보다는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가 유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