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 하반기 HBM 조달 본격화年단위 선주문 구조 계약 가능성 커캐파 여력 큰 삼성에 중요 기회되나
  •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들이 자체 AI(인공지능) 칩인 'ASIC'을 하반기 대거 출시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업계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ASIC 고객사들은 기존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달리 1년 이상 장기단위 계약으로 안정화를 꾀하면서 HBM 제조사들의 새로운 매출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들이 올 하반기 ASIC 시제품이나 신제품 출시에 나서면서 여기에 HBM을 공급하기 위한 3사(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경쟁도 막이 오를 전망이다.

    빅테크들의 ASIC 출시 일정에 대해선 구체화되지 않은 경향이 크지만 일단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올해 말 경 차세대 ASIC인 트레이늄(Trainium3)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메타도 올 하반기 중에 차세대 ASIC인 MTIA 테스트 칩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3월부터 내부 테스트를 거쳤고 하반기엔 이를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상용화하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도 차세대 TPU를 올 하반기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하반기에 '마이아(Maia)100' 테스트 과정을 거쳐 실물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시점에 빅테크들이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HBM을 포함한 핵심 소재 공급처를 확정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HBM은 현재 공급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만큼 후발주자로 뛰어든 빅테크들이 선제적으로 계약에 나서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HBM 3사 입장에서 엔비디아라는 큰 손 외에 ASIC 고객군을 확보해 저변을 넓혀야 하는 건 당연한 과제다. 현재는 큰 손이자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주기에 맞춰 HBM 차세대 제품 개발과 출시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엔비디아가 HBM 제조사들에겐 절대적인 존재지만 빅테크들의 ASI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며 HBM 3사도 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 ▲ SK하이닉스 HBM3E 16단 구조 모형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16단 구조 모형 ⓒSK하이닉스
    빅테크 ASIC을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도 따로 있다. 빅테크들이 HBM 조달에 뛰어든 후발주자로서 엔비디아 같은 기존 큰 손 대비 긴 공급 계약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빅테크들이 HBM 공급사를 확정하면 통상적인 계약 기간인 1년이 아닌 그 이상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HBM 공급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한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HBM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ASIC 진영은 1년 이상의 장기계약 니즈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대비 낮은 바잉파워(buying power)를 장기공급계약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업계에선 ASIC의 HBM 공급에선 적어도 2년치를 계약하는 조건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 HBM 공급사들은 1년 단위로 해오던 공급 계약을 2년으로 늘리고 그만큼 생산량 계획이나 투자계획을 보다 중장기적으로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2년 이상 고객사와의 협력하면서 공고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고객사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ASIC 특성 상 한번 거래를 맺으면 다른 공급사로 옮기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도 고객사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까닭에 ASIC 수주는 올 하반기 이후 HBM 시장에 엔비디아 공급망 입성과 더불어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아직 엔비디아 HBM3E 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한 삼성전자에게 ASIC 고객 확보는 사활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HBM 사업 내에 ASIC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잠재 고객사들과 물 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