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증권 "마이크론, 엔비디아 요구치 미달"HBM4 공급시기 2027년 이후로 연기 가능성삼성 양산 검증, SK 4분기 출하... 공급망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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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 ⓒ마이크론
미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제품의 수율과 성능 문제로 재설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수요가 밀려드는 가운데 고객사들의 주문에 적기 대응하는 것이 HBM4 관건으로 꼽히는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마이크론이 완전히 뒤떨어질 가능성이 나온다.4일 반도체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GF증권 홍콩법인은 3일(현지시간) 발간한 리포트에서 "마이크론의 HBM4가 엔비디아의 데이터 전송 속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품 구조를 다시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리포트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HBM4는 초기 샘플 단계에서 수율이 낮고 전송 속도 기준을 맞추지 못해 엔비디아의 검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HBM4 칩을 새로 설계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공급은 최소 2027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GF증권은 "엔비디아향 HBM4 출하 시점은 2027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라며 "HBM4 일정이 늦어져도 마이크론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다만 GF증권은 보고서에서 "HBM4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마이크론의 AI D램과 낸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AI 노출 확대로 인해 향후 메모리 사이클은 과거보다 덜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하지만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HBM4 일정 지연이 경쟁사 대비 '타임투마켓(time-to-market)' 측면에서 치명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은 연산 속도와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은 내년부터 HBM4 탑재 GPU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루빈(Rubin)'용 HBM4 샘플을 납품하며 양산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HBM3E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HBM4 개발과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하고 이번 4분기 중 출하를 시작하며 또 한번 앞서나갈 준비를 마쳤다. 반면 마이크론은 HBM3E에서도 뒤늦게 합류한 데 이어 HBM4에서도 후발 주자로 밀리는 양상이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사가 제품 개발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향후 1~2년 간 주요 고객사 공급망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마이크론이 2027년 이후 엔비디아 라인업에 합류할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HBM 3사 중에 마이크론이 HBM4 시장 진입에 뒤질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당시 "AI 산업을 위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유로도 해석된다. 황 CEO는 최태원 SK 회장과 APEC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SK하이닉스가 HBM4 주요 공급사(major supplier)가 될 것"이라고도 밝히면서 사실상 한국 메모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HBM4 공급망이 꾸려질 것임을 예고했다.업계에서는 황 CEO의 발언이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차세대 GPU용 HBM4 확보에 있어 마이크론을 당장 고려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AI 인프라 투자 확산으로 HBM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차세대 HBM4 경쟁은 기술력을 넘어 시장 진입 속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HBM4 구조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지만 실제 양산 시점이 지연될 경우 내년과 내후년 AI 반도체 공급 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이 이번 재설계를 계기로 기술 완성도와 공급 일정을 모두 잡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AI 메모리 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늦게 출발한 마이크론이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