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지연에도 성장 지속 … 신형 FC본더로 시장 다각화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빅다이 본더' 기술 경쟁력 강화고부가 장비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 실적 반등 기대
  • ▲ 한미반도체 TC본더4ⓒ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TC본더4ⓒ한미반도체
    HBM4 상용화 시점이 늦춰지면서 한미반도체가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신형 FC(플립칩) 본더를 선보이며 시스템 반도체 장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AI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는 한미반도체가 내년 최대 실적을 돌파하며 패키징 장비 시장 강자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내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I/O(입출력) 스펙 상향 요청으로 HBM4 램프 업(생산량 확대)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내년 1분기부터 HBM4용 패키징 장비 발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TC본더(열압착 본더) 시장 점유율 1위인 한미반도체는 지연된 HBM4 일정과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HBM4용 TC본더4, AI 로직 반도체용 2.5D 빅다이 TC본더, 빅다이 FC본더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시스템 반도체용 2.5D 패키징 기술에 대한 고도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빅다이 FC본더는 기존 범용 반도체 패키징(20㎜×20㎜)보다 훨씬 큰 대형 인터포저(75㎜×75㎜) 패키징을 지원한다. 멀티칩 및 칩렛(Chiplet) 구조 반도체에 적합해 AI 반도체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대만 OSAT(후공정) 기업 ASE에 빅다이 FC본더를 납품했다. 지난 5월 약 8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9월 말까지 장비 납품을 완료했으며 연내 추가 물량 확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형 빅다이 FC본더는 기존 제품보다 고사양 사양을 갖춘 고부가가치 장비로,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기존 메모리 중심의 TC본더 사업에서 벗어나, FC본더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후공정 기업 등으로 고객군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실적 저점을 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엔가이드가 합산한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올해 3분기 매출 1982억원, 영업이익 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1.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다 내년 2분기에는 HBM4용 신규 장비에 대한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와의 신경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변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기술 특허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한화세미텍은 최근 맞고소로 대응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HBM4용 TC본더 장비에 대해 한미반도체가 주요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FC본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고수익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AI 반도체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