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8 5세대 샘플 첫 공급 … 협력 복원 신호탄TSMC와 듀얼 파운드리 꾸리나 … Z플립8용 생산 가능성TSMC 독점에 도전장 … 대형 고객사 다시 품에 안나
  • ▲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4' 무대에 올라 양사 간 파트너십을 발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퀄컴
    ▲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4' 무대에 올라 양사 간 파트너십을 발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퀄컴
    삼성전자가 퀄컴에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샘플을 2나노 공정 기반으로 공급하며 양사 간 협력 복원에 청신호가 켜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이 성능과 수율 면에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며 퀄컴과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복수의 반도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퀄컴에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Snapdragon 8 Elite Gen 5)' 칩셋 샘플을 제공했다. 이 칩은 퀄컴이 내년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을 위한 차세대 AP로, 삼성의 2나노 공정(SF2) 기술이 적용된 첫 공급 사례다.

    삼성의 SF2 공정은 기존 3나노 공정보다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GAA(Gate-All-Around) 구조를 채택해 핀펫(FinFET) 대비 게이트 제어력을 강화, 칩의 성능과 전력소모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삼성은 엑시노스2600 테스트 생산을 통해 해당 공정의 수율을 빠르게 안정화하고 있으며 이번 퀄컴 샘플 공급 역시 내부 품질 기준을 충족한 후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샘플을 공급한 뒤 실제 양산 계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후 여러 차례의 평가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퀄컴은 수개월에 걸쳐 전력 효율, 성능, 발열, 수율, 신뢰성 등 다양한 요소를 정밀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험 생산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가량 소요된다. 단순한 기술력 외에도 수율의 안정성, 일정 대응 능력, 장기 공급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초기 샘플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본계약 체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 퀄컴과 다시 손 잡을 수 있을까 … TSMC와 듀얼 밴더 가능성

    삼성과 퀄컴은 과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4년 전인 2021년 삼성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스냅드래곤 8 1세대'에서 발열과 수율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력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당시 삼성의 생산칩에서 안정적인 품질 확보에 실패하자 퀄컴은 '8+ 1세대'부터 대만 TSMC로 생산을 전환했다. 이후 2세대, 3세대 모델까지 TSMC와의 협력은 지속됐다.

    최근까지도 삼성이 퀄컴의 파운드리 파트너사로 다시 컴백한다는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지난 9월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 2025(Snapdragon Summit 2025)' 행사에서도 TSMC의 3나노 공정을 공식 생산 파트너로 지정하면서 삼성 복귀 가능성은 한동안 낮게 평가됐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2나노 샘플 공급이 단순 테스트를 넘어 삼성이 퀄컴의 보조 파운드리 파트너로 다시 일부 물량을 담당할 수 있는 강력한 시그널로 본다. 퀄컴의 주요 생산은 여전히 TSMC에서 이뤄지겠지만, 삼성도 일정 수준의 물량을 분담하는 '서브 파트너'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플립8'에 들어갈 일부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칩을 자사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자체 스마트폰 생산과 파운드리 사업이 긴밀히 연결돼 기술력 입증과 매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 ▲ ⓒTSMC
    ▲ ⓒTSMC
    ◇ 'TSMC 독점' 흔드는 삼성 … 글로벌 고객군 확대 물꼬 트나

    퀄컴은 그간 고성능 AP 시장에서 TSMC에 절대적인 의존도를 보여왔다. 성능과 수율 면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 덕분이다. 하지만 TSMC 역시 3나노 공정에서의 수율 저하, 가격 인상 등의 이슈로 주요 고객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애플 외에 퀄컴, 미디어텍, 인텔 등 다양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TSMC의 한계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틈을 삼성이 파고들고 있다. 자체 엑시노스 칩 생산을 통해 기술 숙련도를 쌓고 2나노 양산 능력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다변화'라는 대안을 고객사들에 적극 제안하는 방식이다. 특히 GAA 기반 2나노 공정은 TSMC보다 앞서 양산 일정을 밝힌 바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우위를 입증할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TSMC의 입지를 흔들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퀄컴은 모바일 칩셋 외에도 노트북, XR(확장현실),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TSMC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고 테스트를 넘어 실제 수주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간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TSMC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다 최근 엔비디아, 테슬라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퀄컴이라는 상징적인 고객과의 재협력은 업계의 시선을 단숨에 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퀄컴이 메인 생산 파트너를 유지하면서도 서브 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산 전략을 다각화한다면 삼성은 글로벌 팹리스 고객들과의 거래 복원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에도 부합하며 글로벌 고객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기술력 자체에 대한 회의보다는 수율과 일정 관리 등의 분야에서 불신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퀄컴과의 재협력 물꼬를 트고나면 2나노 경쟁 구도는 지금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