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시한 2029년 대책 두고 "너무 늦다" 지적 대공협 "복무기간 당장 줄여야 인력 순환 가능"공공의료 최전선 역할 붕괴 '위협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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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어지면 농어촌 일차의료를 책임지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씨가 마를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 2029년에 시작하면 이미 제도의 존속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의대생의 현역병 선택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2029년 복무기간 단축' 시점을 두고 공보의들이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의정 갈등 이후 군 입대를 선택한 의대생이 3000명에 육박하며 기존의 공보의 인력풀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11일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대공협) 회장은 본보를 통해 "현 제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공공의료의 최전선은 무너진다"며 복무기간 3년에서 2년으로의 단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병무청이 대공협에 공식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 한 달간 입대한 의대생 수는 647명(현역 589명, 사회복무 58명)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3월 입대자 수보다 57% 증가한 수치로 의정 갈등 이후 누적 입대자는 2941명에 이른다. 대공협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5년 한 해 동안 57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입대할 것으로 예측했다.공보의 신규 편입자 수는 이미 2024년 기준 249명, 2025년 247명으로 감소하며 15년 전 대비 약 75% 줄어든 상황이다. 전체 공보의 수 역시 2011년 2900여 명에서 2025년에는 1000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역병보다 1년 이상 긴 3년 복무 기간(군사교육 포함 37~38개월)은 의료인의 군 복무 선택에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2029년? 그땐 이미 끝" … 복지부·국방부 향한 대공협의 호소이 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2029년 단축안은 제도 존속과는 전혀 맞지 않는 느린 대응"이라며 "의대생의 선택을 되돌리려면 속도감 있는 입법과 정책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와 의무장교의 복무기간을 현역병 수준인 24개월로 단축하고 군사교육 기간도 복무에 산입해야 한다는 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특히 복지부가 매번 '군의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대공협이 군의관 문제까지 아울러 다루겠다. 정부는 적극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료 확대 정책, 정작 '공공의료의 최전선' 방치?현 정부가 내세운 공공의대, 공공병원 확대 구상과 달리 실제 의료 현장을 지키는 공보의들의 근무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이 회장은 "공보의는 국가가 직접 배치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 인력인데, 이 제도마저 무너지면 섬과 벽지 의료공백은 대체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라며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실제 공공임상교수제, 공공장학생제도, 지방의료원 활성화 등 복수의 대책이 과거 시도됐지만, 잇따라 실패로 돌아갔다. 의무군의관 비율 부족, 조기전역 문제, 적자 누적에도 운영구조는 그대로다. 그나마 기능하던 공보의 시스템마저 무너진다면 공공의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무기간 단축 위한 법령 개정안 시급현행법상 공보의 복무기간은 병역법 제34조, 농어촌의료법 등에 따라 3년이며, 군사교육 소집기간은 복무에 산입되지 않는다. 반면 사회복무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의 경우에는 군사교육기간이 복무기간에 포함돼 형평성 문제도 지속 제기돼 왔다.복무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고 군사교육을 복무기간에 산입하려면 병역법, 군인사법, 농어촌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병역법 제35조의4(신설안)와 같이 국방부장관이 복무기간을 1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대공협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메시지에서도 "공공의료를 강화하고자 한다면, 공보의 복무환경 개선이 그 첫걸음이자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공공의대에서 10년 뒤 나올 인력보다 지금 공보의를 지키는 것이 섬과 오지의 의료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