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회장, 노익장 과시하는 광폭행보새정부 출범에도 '열일' … 존재감 '뿜뿜'여권서 호시탐탐 … 회장직 놓고 자리싸움민주당 정부 총리급 인사 '눈독' … 물밑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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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024년도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무역협회
요즘 윤진식 한국무역협회(무협) 회장의 걸음걸이에 힘이 넘친다고 합니다. 1946년생,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가를 잇달아 찾으며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는데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최근까지 외교 컨트롤타워가 부재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윤 회장의 '열일 모드'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겠지요.윤 회장은 지난해 제32대 무협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재무부 국제금융국장,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급변하는 지경학적 환경 속 단체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료 출신인 만큼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 등 협력 확대를 기대하는 시각도 컸습니다.당시 무협 회장단은 윤 회장을 추천하면서 “산업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무역과 통상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제와 금융 정책을 두루 다뤄본 분”이라면서 “폭넓은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공급망 재편, 각종 규제 해소 등 한국 무역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밝혔습니다.다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직전 수장이었던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에 ‘보은 인사’라는 뒷말도 흘러나왔죠.실제 윤 회장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정책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KT·포스코 등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업이나 주요 경제금융 협회의 수장 후보로 종종 거론돼왔습니다. 겉으로 회장단 추대 형식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입니다.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무협 수장 자리를 눈여겨보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여권계 핵심인사입니다. 산업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구요. 윤진식 회장의 임기가 2027년 2월까지인 데다,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이르긴 합니다. 차기 무협 회장 자리를 놓고 지키려는 측과 뺏으려는 측, 양측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는 게 재계의 이야깁니다. 두 분 모두 적지 않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라는 겁니다.무협 회장 자리가 핵심 논공행상의 요직으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높아진 위상, 다른 경제단체 대비 높은 연봉 등이 꼽힙니다. 전국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나,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달리 무협 회장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10년간 몰라보게 성장한 한국의 대외위상과 함께 격이 높아졌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관세 등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죠.과거에 비해 훌쩍 높아진 회장급의 ‘격’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경제단체 회장직은 경제계 원로나 주요 부처 차관급이 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후로 총리급 인사가 영전하는 예우가 자리 잡았습니다. 정치권에 익숙치 않은 국민들은 한 전 총리를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낸 원래부터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한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무협 회장에 오른 것을 두고 당시에도 뒷말이 오고가기도 했습니다.차기 무협 회장 자리를 둘러싼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팝콘각(구경거리가 될 상황을 재미있게 지켜본다는 신조어)’이라 표현할 수 있겠네요. 다만 정권교체에 따라 빈번하게 이뤄지는 인사는 불확실성이 큰 지금 같은 시기 오히려 연속성 측면에서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