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에 설비 통합 초강수 거론롯데·HD현대 빅딜설 … 구조조정 신호탄기업 노력으론 역부족 … 정부 지원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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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롯데케미칼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석유화학 설비 통합을 검토하는 등 공급과잉으로 고전하는 석유화학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양측은 현재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자산 가치 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협상안에는 롯데케미칼이 충남 대산의 설비를 HD현대케미칼에 넘기고, HD현대오일뱅크가 추가 출자를 통해 통합 법인을 만드는 구상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60%)와 롯데케미칼(40%)이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다.다만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이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여수, 대산, 울산 등 석유화학단지 3곳에 입주한 NCC 설비는 총 10개로, 이들 중 상당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영향으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적자는 각각 1266억원, 1188억원에 달했다. 결국 생산 설비를 묶어 중복 비용을 줄이고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협상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석화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는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LG화학은 쿠웨이트 석유공사 자회사인 PIC와 여수NCC 2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나, 자산가치 산정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다만 업계에서는 업황 악화에 따라 기업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과 함께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전남도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 산업 거점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정부가 준비 중인 석유화학 산업 지원책에는 설비 폐쇄나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효율화뿐만 아니라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과 금융·세제 지원책 마련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없이는 실질적인 사업 재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