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에 국내 식품·주류기업 실적 '제자리'삼양·농심·오리온 등 수출기지 확대하고 마케팅 본격화주류기업도 K컬처 바람 타고 아시아 넘어 美·유럽까지 영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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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이나 OEM 생산에 그쳤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치와 브랜드를 앞세워 현지 문화에 스며들고 있다. 경기 침체와 내수 한계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전략을 뉴데일리가 들여다봤다. [편집자주]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며 국내 내수소비는 유례없는 수준의 계단식 하락추세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올초까지 극대화됐던 정치적 불확실성은 새 정권이 들어서며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지만 소비 침체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소비침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가 식품이다. 고물가 및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부담이 필수소비재인 음식료의 구매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1분기 음식료 기업 16개사의 합산 실적은 매출액 약 16조1000억원, 영업이익 약 1조1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 성장에 그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정권 교체 이후 추경 등으로 인한 내수 회복 기대감도 있으나 이가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삼중고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에 그치는 추경 효과는 추세로 이어지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이재명 정부의 유통 규제 기조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식품기업들의 가격 정책을 지적하며 '기업 옥죄기'에 나섰다. -
- ▲ 밀양 2공장 ⓒ삼양식품
각 기업들은 해외 무대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공식품 수출액이 130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카테고리는 라면이다.'불닭' 열풍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 중인 삼양식품은 올해 수출 생산능력을 강화하며 공격적 사업 확대에 나섰다. 최근 경남에 '밀양2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2공장은 2022년 5월 완공한 밀양 제1공장과 함께 생산물량 전체를 수출하는 해외 시장 공략의 플랫폼으로 역할한다. 봉지면 3라인, 용기면 3라인 등 6개의 생산라인을 갖춘 밀양 제2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연간 8억3000만개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특히 미국에서는 불닭 브랜드를 통해 올해 '리테일 세일즈' 절대규모 기준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50% 수준인 코스트코 입점률을 높이고, 타겟, 크로거 등 점포당 공급수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유럽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설립된 판매법인을 통해 메인스트림 진출 및 국가 확장을 본격화한다. 중국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 건립 중이다. -
- ▲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농심
중국·일본·미국·호주·유럽 등에 판매법인을 운영 중인 농심의 경우 수출 특화 제품 '신라면 툼바'를 해외 주요 지역에 입점하며 신라면의 아성을 이어간다.지난해 11월 미국 2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한 신라면 툼바는 기존 아시안마켓 위주 입점에서 올해 메인스트림 채널로의 입점을 본격화 중이다.연초 월마트 온라인, 4월 월마트 오프라인 1000개점에 입점 완료했으며, 5월부터 LA 지역 코스트코에 입점을 진행 중이다. 크로거, HEB 등과도 입점을 논의 중이다.중국에서는 4월 월마트, 패밀리마트 입점 후 화륜, 용휘, 대륜발 등 주요 하이퍼마켓 입점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4월 세븐일레븐 입점, 호주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콜스, 울월스에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생산능력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해 10월 미국 2공장에 3개 라인을 증설했고,3월 유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구축했다.2026년에는 연간 5억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녹산 수출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미국법인(약 10억개)과 중국법인(약 7억개)을 합쳐 연간 약 27억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농심은 2030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58%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
- ▲ 롯데 신동빈 회장이 2월6일 인도 푸네시에서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롯데그룹
롯데웰푸드는 올해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공장 가동이 실적 확대의 주요 기점이 될 전망이다.2월 준공된 푸네 신공장 가동으로 인해 기존 생산량 문제로 대응이 어려웠던 서북부 지역 초과 수요 대응이 가능해졌다. 또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동남부 물량 공급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롯데웰푸드는 올해 빙과 법인은 '하버모어' 브랜드에서 '롯데' 브랜드로 제품군을 다변화 중이다. 또 건과 법인도 하반기 '초코파이'에서 '빼빼로'로 제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2026년 상반기에는 인도 초코파이 공장 4번째 라인을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강화한다.오리온은 점유율 1위 제품을 보유한 법인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강화를 진행 중이다.베트남 공장에는 하반기 하노이 옌퐁공장 내 신공장동을 완공하고, 쌀스낵 라인 증설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캔디 등 신제품뿐만 아니라 파이, 젤리 등 기존 제품의 추가 생산라인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러시아에도 올 3분기 중 신규 파이라인 2개를 추가해 물량 중심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다.국내에는 생산, 포장, 물류를 연결한 통합 생산기지를 설립하며 수출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진천 통합센터는 약 5만7000평 부지에 연면적 약 4만5000평 규모로 건설되며 생산, 포장, 물류까지 연결된 원스톱 생산기지다.2027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중순에 착공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 물량에 대한 제품 공급을 담당할 예정이다. 진천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생산능력은 최대 2조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된다. -
- ▲ 하이트진로 프랑스 파리 진로 팝업스토어 행사 현장 이미지ⓒ하이트진로
한편 주류기업들도 포화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과 aT가 발간한 '2024년도 주류시장 트렌드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주류 시장규모는 출고금액 기준 10조695억원으로, 2022년 대비 출고금액은 1% 증가했으나 출고량은 323만7036㎘로 2022년 대비 1% 감소했다.하이트진로는 새로운 비전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해외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소주+기타제재주)은 1534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1년 수출액 882억원과 비교하면 3년 새 73.9% 늘어난 수치다.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5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에드미럴 호텔 마닐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국 주류 산업은 1% 성장도 못하고 있을 정도로 둔화됐다”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지난해에는 베트남 타이닌성 내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베트남 공장을 착공했다. 축구장 11배 크기인 2만5000여평 규모로 지어진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로 연간 최대 500만 상자까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현지 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5월31일부터 6월1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대형 뮤직 페스티벌 '헤드 인 더 클라우즈 2025'에 공식 소주 파트너로 참여해 '진로바'를 운영했다.프랑스 파리에서도 5월24일부터 6월7일까지 ‘진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하이트진로는 올해 ‘우선 공략국가’를 8개국에서 17개국까지 확대했다. 해외 현지 가정 채널 입점을 확대하고 페스티벌 참여와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글로벌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 ▲ 수출용 순하리 제품들ⓒ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 역시 해외 주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2023년 말 미국 주류회사인 ‘E&J 갤로’와 글로벌 협약을 체결한 후 미국 전역의 주류 전문 판매점 약 1만곳에 ‘처음처럼 순하리’ 등 소주를 입점시키며 판매 채널을 대폭 확대했다.성과도 좋은 편이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미국 소주 수출액(레귤러+과일)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했다.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 과일소주 9개 품목(유자·복숭아·블루베리·사과·딸기·요구르트·애플망고)을 미국, 유럽, 동남아 등 4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순하리 외에도 새로의 신규 과일소주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새로의 과일소주인 살구 맛과 수출 전용 제품인 리치 맛 제품을 동남아, 중국, 일본, 유럽 등에 선보이는 중이다.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시도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지속 도모해 나갈 전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