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컨센서스 36조 … '역대 최대' 예고성과급 재원·상한선 기준 두고 직원 불만 고조하이닉스 성과급 향방에 반도체업계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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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1월 'SK AI 포럼'에서 HBM3E 16단에 대해 설명하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올해 또 한번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면서 성과급 기준을 두고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 논쟁이 본격화됐다. 회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성과급 상한선이나 재원 기준을 두고 사측과 직원들 사이의 이견이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청주 사업장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다음날인 이날엔 이천 사업장에서 같은 형식의 공청회가 개최된다.전날 청주 사업장에서 공청회에 참석한 구성원들은 예상보다 다수의 구성원들이 성과급 제도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털어놨다고 평했다. 기존에 구성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던 성과급 재원 기준 설정 문제나 상한선을 조정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 등 주요 내용이 대부분 거론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당초 이번 행사의 형식 자체가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던만큼 직원들이 내놓은 의견이나 질문에 대해 회사 측의 입장이 전달되지는 않았다. 해당 행사를 마련했던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도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대신 재무 및 인사 담당자들이 의견 청취에 나섰다.이번 공청회는 지난 10일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곽 사장이 제안해 성사됐다. 곽 사장은 "성과급 규칙이 애매모호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의견을 받아 최적의 방법을 찾는 등 이번 기회에 룰을 잘 세워봐야겠다"며 "대토론회나 공청회 같은 자리를 만들어서 재무 등에서 회사의 살림을 공유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지난 2021년부터 SK하이닉스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개인별 성과 등을 연계해 PS를 지급해왔다.해당 기준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지난해 2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 성과급이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올 초 작년 실적에 기반한 PS로 기본급의 1500%와 격려금 차원의 자사주 30주가 지급돼 실망이 컸다.올해는 또 한번 역대급 실적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되면서 직원들의 성과급 제도 개편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기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36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40조 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내후년인 2027년에는 47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 성과급 기준안을 손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공청회 이후 SK하이닉스는 기존 PS 재원 기준을 영업이익의 10%로 할 것인지 아니면 조정해야 하는지에 더불어 PS 지급 한도 자체를 폐기하거나 기본급의 1000%라는 기존 기준을 조정할 것인지를 두고 집중적인 논의를 거쳐 새로운 기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성과급과 자사주 지급 등의 추가 보상안에 대한 기준도 보다 투명해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과정에서 사측은 회사 내 재무 현황과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해야 할 재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노동조합과의 의견 대립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5월 말부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사측과 임금단체교섭(임단협)을 진행하고 있고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주도로 PS 공청회를 개최해 구성원 의견수렴에 나섰다는 점에서 '노조패싱'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임단협에 더해 새로운 PS 기준안 마련까지 노조와의 마지막 협상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번 공청회가 양측의 간극을 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SK하이닉스의 성과급 기준안 개편에 대한 반도체업계 전반의 관심도도 높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레거시(구형) 메모리를 중심에서 고성능 AI 메모리로 중심 축을 옮겨가는 과정에 있어 과거 대비 공정 난이도가 상승하고 직원들의 업무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급여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AI 메모리 선두에 선 SK하이닉스의 보상체계 개편 결과가 이후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