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출원 잇따라 … 은행계 카드사 중심 선제 대응제도화 논의 본격화 … 이창용 "정부 협의 필요"신용공여 기능 없어 … "수익 구조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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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카드업계도 관련 상표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특히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중장기적으로 카드 결제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은행 계열사와의 협업이 가능한 카드사들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반면 자체적인 대응 여력이 크지 않은 비은행계 카드사들은 제도화 방향이 확정될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신한·KB국민카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 27일 전업카드사 최초로 △SHCw △SKRW △KRWSH 등 8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특허 출원했다.국민카드도 이달 1일 △KBCSTB △KBCST △KBCKRW 등 상표권 35개를 출원했다.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나 사업 모델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핀테크사와 결제 기반 금융사들은 제도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상표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풀이된다.특히 은행과의 협업이 가능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제도 변화에 발맞춰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KB국민은행은 앞서 △KRWB △BKRW △KRWH △RKWB △KBST △KBKRW 등 32건의 상표를 출원했으며, 신한은행도 △KRWSHB △SFGKRW △SKRW △KRSFG 등 21건을 확보했다.대부분 원화(KRW)와 그룹명 또는 브랜드를 조합한 형태로,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없다"며 "향후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해 상표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창용 한은 총재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정부 논의 필요"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통화정책 포럼에 참석해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환전이 가속화돼 자본 유출입 관리를 훼손할 수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어 이 총재는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정부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 정부 기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처럼 제도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카드사의 수익 구조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스테이블코인은 신용공여 기능 없이 즉시 결제되는 구조로, 한 달 뒤 대금을 납부하는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와 유사한 결제 방식을 따른다. 이 때문에 체크카드 시장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직불·체크카드 비중이 높은 은행지주 계열 카드사의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실제로 국민카드의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금액은 37조617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카드 31조1694억원 △우리카드 21조7932억원 △하나카드 17조9812억원 순으로 전반적으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다만 업계에선 스테이블코인이 신용공여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수익의 핵심인 신용카드 영역을 직접 위협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체크카드 일부를 대체하더라도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사는 법에서 허용된 업무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정비를 통해 관련 사업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카드업계 관계자는 "결제 단위가 원화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뀐다고 해서 당장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아직 제도나 수수료 구조가 구체화되지 않았고, 도입 속도도 가맹점 수용성이나 소비자 연령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실제 확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