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 상상인·페퍼 인수로 '18조 체제' 시동정부, 대주주 심사 면제 등 M&A 규제 완화선두권 '확장 경쟁' 점화…정체된 저축銀 M&A 시장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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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OK금융그룹이 상상인·페퍼저축은행 인수를 본격화하면서 저축은행업계 지형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자산 규모에서 SBI저축은행을 처음으로 앞질렀으며 두 저축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공세 수위 높인 OK금융 … M&A로 '자산 18조' 향해 선두 질주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수가격은 약 108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OK금융은 지난해 12월부터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실사 직후 가격을 제시했으나, 양측의 희망 매각가 차이로 협상이 다소 길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가격은 2000억원대 초반에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은 서울, 대전·세종·충청, 광주·전라·제주 등 3개 권역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이 보유한 인천·경기 권역까지 확보하게 되면 수도권 전체 영업권을 포함한 4개 권역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될 전망이다.

    OK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은 13조6612억원으로 SBI저축은행(13조4074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줄곧 SBI에 밀려왔던 OK저축은행이 창립 11년 만에 처음으로 업계 1위에 오른 것이다.

    자산 기준 9위와 13위에 해당하는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동시에 품게 되면 전체 자산 규모는 18조7414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OK금융은 인수 이후 OK저축은행과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을 통합하지 않고 각각 독립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OK저축은행은 기존대로 서울·충청·호남권 중심으로 운영하고,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경기·인천권을 묶어 별도로 운영하는 구조다.

    ◇규제 완화에도 정체된 시장 … OK發 M&A 훈풍 불까

    OK금융이 페퍼·상상인저축은행을 차례로 품으면 업계 선두권의 ‘몸집 키우기 경쟁’에 불이 붙어, 정체된 저축은행 M&A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약 20곳(25%)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묶어뒀던 M&A 규제를 8년 만에 풀어 2년 한시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면제와 BIS비율 기준 완화 등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움츠러든 이유는 '매물의 매력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 저축은행 39곳 중 23곳(59%)이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 업계 합산 연체율 9%는 2015년 이후 최고치다. PF 부실까지 겹치며 인수 뒤에도 대규모 자본 보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전한 수도권 대형사들끼리만 빅딜이 이뤄지는 양극화 M&A가 될 공산이 크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지만, OK금융발 '덩치 싸움'이 시장 전반에 심리적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M&A 추가 규제 완화를 금융당국에 건의하겠다"며 "시장 진입·퇴출을 자유롭게 해 자본력 있는 곳이 저축은행 업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M&A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