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CJCGV, 자본잠식 상태 CJ건설 및 시뮬라인과 TRS 계약CJ건설·시뮬라인, 이후 영구전환사채 발행해 650억원 조달 공정위 "공정한 거래질서 훼손" … 과징금 65억원 부과한화·KT·신세계 등 유사 거래한 대기업들도 초비상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CJ그룹이 CJ건설 등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 계열사에 650억원대 부당한 신용보강을 제공한 혐의로 과징금 총 65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와 CJCGV가 지난 2015년 계열회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 및 시뮬라인(현 CJ4DX)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5억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과징금은 CJ 15억7700만원, 대한통운(CJ건설) 28억4000만원, CGV 10억 6200만원, CJ 4DX(시뮬라인) 10억6200만원 등이다.

    CJ건설은 5년 연속(2010~2014년) 당기순손실 980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였고, 시뮬라인 역시 3년 연속(2012~2014년) 당기순손실 7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당시 두 회사는 심각한 재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신용등급 하락, 차입금리 상승 등 압박에 직면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지만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할 투자자(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다. 또 설사 찾는다 해도 금리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CJ와 CGV는 금융회사가 CJ건설 및 시뮬라인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전제조건으로서 같은 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과 TRS 계약이 일괄거래(Package Deal) 방식으로 체결됐다. 영구전환사채 발행금액은 CJ건설 500억원, 시뮬라인 150억원이다. 

    TRS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거래당사자가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기초자산에서 향후 발생할 현금흐름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거래다.

    공정위는 해당 거래에 대해 "금융회사는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지원객체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함에 따른 위험을 TRS 계약을 통해 지원주체에게 이전한 것"이라며 
    "TRS 계약이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계약조건상 TRS 계약 기간 동안에는 전환권 행사가 봉쇄되어 있었고 지원주체의 이익실현 의사 및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며 "지원주체는 TRS 계약을 통해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의 신용상 위험만을 인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CJ 이사회에서는 해당 TRS 계약이 '실적이 안좋은 계열회사에 대한 보증으로서 배임'이라는 지적, '지원객체 부도 또는 상환 불능에 따른 손실' 문제 등이 제기돼 안건이 한 차례 부결되기도 했다.

    CJ건설과 시뮬라인은 TRS계약을 통해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하며 각각 500억원(CJ건설) 및 150억원(시뮬라인) 상당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CJ건설 자본총액의 52%, 시뮬라인 자본총액의 417%에 달해는 금액이다. 

    발행금리도 지원주체인 CJ와 CGV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결정되면서 이자비용도 최소 CJ건설 31억5600만원, 시뮬라인 21억2500만원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CJ·CGV의 신용도는 AA-인 반면, CJ건설은 BBB+, 시뮬라인은 공식적인 신용등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 지원행위의 결과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해 각각 종합건설업 시장과 4D 영화관 장비 공급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그룹내 우량한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CJ는 "자회사들의 유동성 어려움은 공정위가 지적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며, 공정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다"며 "의결서 수령 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TRS는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다수 기업이 선택한 적법한 금융상품으로, 이를 제재하면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도 했다.

    공정위가 CJ의 TRS 계약을 '부당 거래'로 규정하면서 유사한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한 대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TRS 거래 규모는 지난해 5월 기준 2조8185억원으로 추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CJ그룹과 유사한 TRS 거래(2011~2022년)를 한 기업은 한화그룹, KT, 이랜드월드, 동부제철, 신세계, 두산중공업, 코오롱, 효성, 대한항공, LS, 호텔롯데 등 10곳이 넘는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기업은 관계사의 전환사채나 상환전환우선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각각 적게는 300억원, 많게는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과 계열사 간 TRS 거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TRS 거래에 대해 "계열회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지원행위 수단의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부당지원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위반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