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 5800억에 인수영풍·MBK "이그니오 비정상 인수 핵심 증언 확보"고려아연 "디스커버리 절차일뿐… 법적 판단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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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이그니오 투자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에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해온 영풍이 이번에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 증언을 확보했다고 하자, 고려아연은 영풍이 마치 법적 판단이 나온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영풍 측이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신청서를 낸 디스커버리(Discovery) 절차와 관련해 마치 세부 내용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처럼 왜곡된 주장을 펴고 있다”며 “해당 디스커버리 절차는 신청인 일방의 주장만을 청취해 최소한의 필요 요건만 갖추면 허가를 내주는 절차에 불과하다.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MBK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16일(현지시각)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 Holdings)의 임원을 상대로 한 영풍의 증언 요청을 3영업일 만에 인용했다. 이로써 페달포인트의 주요 임원이자 이그니오 투자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함 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시니어 매니저 하 모 씨의 증언을 확보했다.

    영풍 측은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결정으로 이그니오 투자 관련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의 내부 문서 및 법인 대표에 대한 증언을 확보한 상태”라며 “거래에 관여한 인물의 법원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는 만큼 이그니오 투자 의혹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풍·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이후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투자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해왔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이그니오 지분 100%를 5820억원에 인수했는데, 최종 투자금을 납입한 그해 11월 이그니오의 실적이 과대 계상됐다는 주장이다. 최윤범 회장이 사전에 이를 인지했음에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영풍·MBK 측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이그니오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인수해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끼치고 매도자에게는 투자금의 약 100배에 이르는 이익을 제공했다”며 “이번 미국 법원 결정에 따라 영풍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에서 사용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법원은 영풍의 증거개시 신청에 대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뿐만 아니라 결정문에는 ‘페달포인트의 재무자료는 이그니오가 과대평가된 가격으로 인수됐음을 보여줄 수 있으며 (고려아연의) 이사들이 거래에 대해 적절한 실사를 하지 않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기업 가치를 수용했음을 입증하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법원의 단순 신청 결과를 마치 법적 판단이 나온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은)고려아연 측의 반박이나 자료 제출 등을 받지 않고도 요건만 충족하면 허가가 이뤄지는 단순 절차로, 당사의 이의 제기 등이 이뤄지면 비로소 쌍방이 제대로 된 법적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 측은 증인 신청 대상자의 주소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증언 요청을 기각당한 바 있다”면서 “이후 주소지를 보정한 뒤 증언 요청이 인용됐음에도 마치 새로운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왜곡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떨어트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제출한 디스커버리 절차에 대한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의신청(Motion to Quash) 및 효력정지 신청 등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그니오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의 한 축인 자원순환 사업을 뒷받침하는 거점으로, 미국에서 전자폐기물(E-Waste)을 수거해 친환경 동(구리) 생산 공정의 원료로 가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자원 확보와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료 확보 교두보를 선제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를 잘 예측한 의미 있는 경영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MBK는 의혹 규명 본격화 운운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영풍·MBK의 사업 몰이해와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울 뿐이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를 멈춰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