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서명 후 암호화폐 시총 4조 달러 돌파글로벌 금융사,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사李 총재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혼선 우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 방식 등을 규정한 ‘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헀다.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 방식 등을 규정한 ‘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헀다. ⓒAP/뉴시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자본시장은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글로벌 디지털 자산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니어스 법’에 서명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공식화했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의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등을 명확히 규정해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편입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지니어스 법은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엄청난 가능성을 실현할 명확한 규제 틀을 제공한다”며 “어쩌면 인터넷 탄생 이후 금융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동일 가치의 달러나 단기 미 국채를 담보로 확보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식이 미국 국채 수요를 늘려 금리를 낮추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서명 직후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폭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4조 달러(약 5574조원)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2만3000 달러를 넘어섰고,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상승했다.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금융기관 CEO들은 법안 통과 직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잇달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9조 달러 규모의 미 퇴직연금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및 혁신법을 통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발행 기준과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과 금융시스템 안정성 훼손을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비은행 기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민간 화폐가 난립해 가치가 제각각 달라지는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필요하지만 은행권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극적 태도가 한국을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소외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고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