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전국 물난리에도 4대강 정비지역은 피해 없어李정부, 보(洑) 해체 등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추진극한 기후 위기에 보 존재감 커지는데도 외면한단 비판전문가 "기후변화로 증가할 홍수 위협에 분명히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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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문 연 낙동강 강정고령보 ⓒ정상윤 기자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물론 전국 농가들이 초토화됐지만 낙동강을 사이에 둔 고령군과 대구 달성군을 잇는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인근 마을은 인명 피해도, 농가 침수도 일어나지 않았다.이명박 정부 시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洑)가 물을 가둬두는 일종의 '물그릇' 역할을 하면서 홍수 피해를 막았던 것이다.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동강변에 살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밤중 황토빛 강물이 집 마당까지 올라와 뒷둑에 피난 가던 일이 다반사였다"면서 "안동댐이 생기고 난 뒤 수재민을 면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폭우 피해를 언급하며 "4대강 보가 상당수 홍수피해를 막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했다.반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수중 생태계 부정적 영향' 등의 논란으로 정비가 덜 된 4대강 유역 지류와 지천은 폭우로 범람하거나 범람 우려가 큰 실정이다. 금강 지천인 당진천·도당천 등은 이번 폭우로 범람했고, 낙동강 지천인 경산 오목천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해 전날 오후 9시 기준 전국 사망자와 실종자는 각각 18명, 9명으로 나타났으며, 공공시설 피해는 1999건 접수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지역별로 보면 금강 지천인 당진천과 도당천이 있는 충남과 충북, 광주 등에서 범람과 침수 피해가 두드러지게 발생했다. 특히 청주시 미호강은 2년 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정비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에도 예산 부족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피해를 겪게 됐다.농경지 피해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번 폭우로 축구장 약 4만개에 해당하는약 2만8490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가축 피해는 △닭 142만8900마리 △오리 13만9400마리 △돼지 855마리 △한우 529마리 등으로 집계됐다.반면 4대강 사업을 통해 제방 보강이 이뤄진 본류 지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전 정비에 나섰던 곳들은 큰 피해 없이 폭우를 견뎌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국적인 폭우에 대해서 "국가의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번 폭우에서 그 역할을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보가 해낸 것이다.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재자연화는 4대강 보 등의 시설을 없애거나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강바닥 준설 및 보 건설로 홍수를 막고, 막대한 수자원을 확보해 가뭄에 대비하는 4대강 사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4대강 본류와 같이 사전에 정비가 이뤄졌던 하천 주변은 다른 곳과 비교해 피해가 현저히 적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가 재증명됐지만 현 정부가 보 해체 등에만 매몰된 모습이라는 비판이다.이정일 재난안전교육원 교수는 "최근 폭우로 홍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곳들을 보면 대부분 사전 정비가 제대로 안 됐던 곳"이라며 "배수로 정비 시스템과 함께 제방 시스템 갖춰서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할 홍수 위협에 대해서 분명히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윤석열 정부가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보 해체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보 해체를 중단한 전례도 있는데도 실패로 끝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개방 정책으로 회귀하면서 윤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규 댐 추진의 폐기 가능성마저 열어두고 있다.문 정부 당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개방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4대강 보는 2년여 만에 겨우 원상태로 돌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갈등과 함께 세금 3500억원이 낭비되면서 4대강 사업의 정당성만 재확인하는 데 그친 바 있다.이에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를 겪는 국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폭우로 인해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확실히 느꼈음에도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행태"라며 "산업 발달과 영농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이런 사업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이미 150년 전부터 해왔으며, 홍수 방지와 수자원 확보뿐 아니라 수질 개선의 역할도 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보가 물을 가두면서 윗물에 있던 오염원이 바닥에 가라앉고, 그것을 실지렁이와 같은 무척추 동물이 먹고 자라면서 정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과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녹조에 대해서도 "움직이던 물에 있던 녹조가 보에 낀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서 녹조를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쓰레기 통에 쓰레기가 많은 것을 보고 쓰레기통 때문에 쓰레기가 생겼다'는 발상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