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조사결과, 조종사 실책에 초점 … 유족·노조 즉각 반발외부 전문기관서 '콘크리트 둔덕' 영향 분석 8월 발표 예정"ICAO 규정 존중해야" vs "확실한 설명과 조사 독립성 확보"
  • ▲ 제주항공 사고기 엔진 ⓒ연합뉴스
    ▲ 제주항공 사고기 엔진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에 대해 조종사 개인의 실수로만 귀결되는 조사 방식을 두고 유족과 조종사단체가 강력히 반발한 가운데, 이르면 내달 '콘크리트 둔덕' 조사 결과가 나오며 참사 원인의 주요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무안공항 활주로 인근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형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참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기 위해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긴 용역 조사가 8월에 종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약 4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데 결과 발표에 따라 유족들과 조종사단체의 반발이 한층 잦아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알려진 중간 조사 결과는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상황 직후에 시선이 쏠려 있지만, 향후 나올 조사 결과에 따라 대규모 인명 피해로 번진 이유가 무안공항의 둔덕 로컬라이저 때문이란 명확한 근거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항철위가 최근 국토부와 제주항공으로부터 사고기 조종사들의 교육·훈련 및 업무 기록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란 소식이 들리자, 대한민국 조종사 노조연맹은 "국토부 책임을 경감시키고 '조종사 과실' 프레임을 씌우려 한 악의적인 행태"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맹은 "항철위는 조종사가 비상 처치를 수행한 당시의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조종사가 엔진을 정지했다는 사실만 부각했다"면서 항철위가 국토부로부터 독립된 조사의 공정성을 갖추고, 유가족 협의회가 지정한 민간 전문가를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9일에도 항철위는 전남 무안공항에서 엔진 합동 정밀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조류 충돌 △관제탑과의 교신내용 △엔진 데이터 등 핵심 내용은 빠진 엉터리 조사 결과라 외친 유족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항철위가 유가족에게 공유한 사고 중간결과 보고서에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오른쪽 엔진을 꺼야 했는데, 작동 중이던 왼쪽 엔진을 잘못 껐다. 그 결과, 왼쪽 엔진이 출력을 완전히 잃으며 랜딩기어(착륙 바퀴)도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조종석 녹음 장치(CVR)에는 "2번 엔진(오른쪽 엔진)을 끄자"는 내용이 녹음돼 있는데,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에는 1번 엔진(왼쪽 엔진)이 꺼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던 중 고장 난 엔진 대신 멀쩡한 엔진을 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가족들은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들은 후 "죽은 새와 조종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엔진 손상 부위를 비롯해 여러 근거를 첨부해 유가족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결론으로만 설명하고 근거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며 "세계적인 전문가가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하는데 (정부는) 사고 결과만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고 조사에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 CFM 인터내셔널이 참여하면서 조사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들 수 있다"며 "정부가 ICAO 규정을 존중할 필요는 있지만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설명과 함께 조사의 독립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