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거래일 만에 2340선 하락 마감 … 코스닥은 강보합조선·반도체 관련주, 관세 협상 따른 수혜 기대감 유입에 강세자동차주, 관세율 인하에도 기대치 하회 … 실망 매물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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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 완화에도 숨 고르기 장세를 보였다. 그간 시장에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해온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영향이다. 특히 양국의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따라 업종 간 희비도 엇갈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3254.47)보다 9.03포인트(-0.28%) 내린 3245.4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31포인트(0.65%) 오른 3275.78로 출발한 뒤 장중 3288.26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235억원, 344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7053억원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거래량은 5억3675만주, 거래대금은 16조29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닥 지수의 경우 전 거래일(803.67)보다 1.57포인트(0.20%) 상승한 805.2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과 외국인은 97억원, 276억원어치씩 사들였고 기관 홀로 28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8억2245만주, 5조239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개장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1000억 달러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도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는 최근 6거래일(23~30일) 연속 상승하는 등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해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협상 타결을 재료 소멸로 인식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상승 출발해 장 초반 3290선에 근접했지만, 이후 협상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된 영향을 소화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25% 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안도감은 있었지만, 이러한 심리가 매크로 펀더멘털의 부담을 극복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이번 협상 결과와 수혜 여부에 따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먼저 조선주들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업 협력 펀드로 별도 조성한다는 점과 우리 측 협상단이 제시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무역 협상 타결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되자 줄줄이 급등했다.

    실제 주요 조선주들이 포함된 ‘KRX 기계장비’ 지수는 1.65% 올라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2위를 기록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한화오션이 13.43%나 급등한 데 이어 ▲HD현대중공업(4.14%) ▲HD현대미포(3.41%) ▲HJ중공업(1.83%) ▲HD한국조선해양(1.27%) ▲삼성중공업(0.47%) 등이 동반 상승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조선업 전반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능력을 갖춘 우리 조선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 부흥을 도우며 새로운 기회와 성장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반도체주들의 경우 이날 구체적인 품목별 관세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말해 안도감이 퍼졌다.

    이날 ‘KRX 반도체’ 지수는 0.86% 상승해 코스피·코스닥 지수 수익률을 웃돌았으며 구성 종목 중 ▲기가비스(8.75%) ▲한미반도체(6.98%) ▲ISC(4.67%) ▲SK하이닉스(3.80%) ▲이오테크닉스(2.34%) 등이 오름세를 시현했다.

    반면 자동차 업종은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시장의 기대치였던 12.5%에는 미치지 못해 실망 매물이 나왔다. 당초 협상단은 미국 측에 자동차 품목에 12.5%의 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있어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 EU(유럽연합)과 동등한 수준의 세율을 받으려면 12.5%로 협상돼야 했다. 그간 한국은 무관세 혜택을 받았지만, 일본과 EU는 2.5%의 자동차 관세를 부담해와서다.

    하지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면서 ‘KRX 자동차’ 지수는 4.37% 급락해 KRX 산업지수 중 수익률 기준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요 종목별로는 에스엘이 8.24% 급락한 데 이어 ▲기아(-7.34%) ▲현대차(-4.48%) ▲현대모비스(-3.92%) ▲SNT모티브(-2.79%) ▲KG모빌리티(-1.67%) 등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종목들이 추세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 무역협정 타결로 무역 리스크 해소와 관세 부담 완화라는 명확한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미국 시장에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의 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