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지연 속 주주환원 vs 투자확대 딜레마선대 직접 발주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망2조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주환원 예상부산 이전 등 외압 변수… 보수적 경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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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SK해운 인수 결렬로 새로운 경영 국면을 맞게 됐다. HMM이 인수합병(M&A) 외 직접적인 신조 발주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에 주력할 방침이다.HMM의 현금자산은 16조원에 육박,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 다만 글로벌 해운업황 변동성과 이재명 정부의 HMM 본사 부산 이전 추진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 비춰 자금운용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5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전날 “SK해운 일부 자산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거래 상대방(한앤컴퍼니)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이날(4일) 부로 최종적으로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1월 1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6개월 만이다.SK해운 인수 가격을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한앤코는 SK해운의 전체 몸값을 최대 4조원으로 평가해 요구한. 반면 HMM은 SK해운 내 일부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계획으로 1조~2조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HMM은 SK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부를 제외한 탱크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벌크선 등 사업 부문 인수를 통해 선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해왔다. 그러나 인수 무산에 따라 선박의 직접 발주를 통한 선대 다각화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HMM은 현재 약 94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기준) 수준의 컨테이너 선복량을 2030년까지 이를 155만TEU로 늘리고, 벌크선은 44척에서 110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컨선은 물론 다른 사업 부문 강화로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HMM은 선대 투자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HMM은 지난 1월 22일 1년 내에 2조5000억원 이상의 주주환원을 실시하겠다는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 초 5286억원을 배당했고, 남은 약 2조원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HMM은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 3조1303억원과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 12조6073억원 등 약 16조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을 보유 중이다. 신조 발주나 주주환원에 조단위 자금을 투입할 여력은 충분히 갖췄다. 이에 주주환원 규모를 더 늘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한 공개매수 가격이 결정되면 단기적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허들이 될 수 있지만, 이후에도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현금은 10조원 넘게 남아 있다”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새 정부 기조에 맞춰 HMM의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도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반면 선대 확대와 해운업황 불황에 대비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HMM이 주주환원 규모를 늘리기보다 자금 집행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주 연속 하락세로, 이달 초 1550.74로 6월 2200선에서 크게 떨어져 있다.업계 관계자는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서 현재의 현금 활용 전략이 HMM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선대 확장과 같은 장기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실제 HMM의 민영화 작업은 멈춰선 상태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의 HMM 지분에 대해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 적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이 산은의 자본비율에 영향을 주는 구조였으나, 규제 유예로 당장 매각 필요성이 줄게 됐다.정부의 HMM 본사 부산 이전 계획 또한 HMM의 경영 활동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HMM 본사의 부산 이전 방안을 국정과제로 최종 선정, 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업계 관계자는 “해운업황의 불확실성과 정부의 부산 이전 공약 등 외부 변수는 HMM의 전략적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이 실제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오히려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고 주주 가치 훼손, 노사 갈등, 재무 건전성 악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