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한강성심병원, 국제학술지에 연구 성과 게재비대성 흉터 유발 섬유아세포 증식 65% 억제암·노화 분야에 쓰이던 메티오닌 제한, 피부 섬유화 치료로 세계 첫 적용
  • ▲ 비대성 흉터(비후성 반흔). ⓒ게티이미지뱅크
    ▲ 비대성 흉터(비후성 반흔). ⓒ게티이미지뱅크
    화상으로 인한 비대성 흉터(비후성 반흔)의 크기와 밀도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특정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제한함으로써 흉터를 유발하는 섬유아세포의 증식과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서정훈·주소영·조윤수 교수팀은 비대성 흉터 조직에서 유래한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 메티오닌 제한 조건에서의 세포 반응을 분석한 결과, 증식률이 약 65% 감소하고 섬유화 관련 단백질 발현이 억제됐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는 '화상환자의 비대성 흉터에서 유래한 섬유아세포의 흉터 형성에서 메티오닌 제한의 효과(Methionine Restriction Attenuates Scar Formation in Fibroblasts Derived from Patients with Post-Burn Hypertrophic Scar)'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6월호에 게재됐다(IF=4.9).

    비대성 흉터는 피부 손상 부위가 과도하게 증식해 피부 표면 위로 튀어나오는 흉터로, 통증·가려움증·피부 당김 등 다양한 후유증을 유발한다.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거의 없고, 수술이나 압박치료, 실리콘 치료 등 보존적 접근에 의존해왔다.

    연구팀은 화상으로 인해 비대성 흉터 수술을 받은 환자 4명의 조직에서 섬유아세포를 분리한 뒤, 메티오닌이 없는 조건과 일반 조건에서 각각 배양하며 흉터 세포의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메티오닌 제한 환경에서 섬유아세포의 증식은 5일째 기준으로 65% 감소했고, 세포 생존을 돕는 단백질 BCL2는 줄어든 반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 BAD, BID, BAX의 발현은 증가했다. 이는 병적 섬유세포의 자연사(apoptosis)를 유도해 흉터 형성을 줄이는 기전으로 풀이된다.

    또한 염증 유도 인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과잉 콜라겐 생성 등 섬유화 반응 역시 줄어드는 다각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서정훈 교수는 "비대성 흉터의 주요 병리기전 중 하나인 섬유아세포의 과도한 생존과 증식이 메티오닌 제한을 통해 효과적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식이요법 또는 경구용 메티오닌 분해효소 등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에는 암세포 성장 억제나 노화 억제에서만 주목받던 메티오닌 제한이 피부 섬유화 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며 "영양소 기반의 섬유화 질환 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메티오닌 제한의 피부 흉터 치료 적용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세계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동물실험과 임상 연구로의 확장을 통해 치료제 상용화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