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기준 상향 발표에 똘똘 뭉친 1400만 개미유튜브·리포트로 키운 투자 안목 … 정책·제도에 관심↑큰손들의 호구는 옛말 … 공매도·금투세 변화 이끈 주역
  • ▲ ChatGPT 생성.
    ▲ ChatGPT 생성.
    요즘 주식 커뮤니티에서 공매도보다 뜨거운 주제가 있다는데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양도소득세입니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하자, 뿔난 투자자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11일 개인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카페에는 "이대로 가면 국장은 그냥 끝이다. 강경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회원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속으로만 불평하며 관전자의 입장에 머물렀을 투자자들이 직접 플레이어를 자청하고 있습니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하향에 대해 자신들처럼 반대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독려하기도 하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활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시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한 발, 아니 두 발 물러섰습니다. 세제 개편안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여당은 정부에 "현행 50억원 유지" 의견을 정부에 공식 전달한 것입니다.

    많이들 기억하시겠지만 '행동주의 개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동학개미운동' 이후 급증한 개인 투자자 규모가 정치권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고 여론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투자 인구는 2019년 619만명에서 2020년 919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증가한 결과 현재 국내 주식투자자는 1400만명을 넘어섰더군요.

    몸집을 불린 개미들은 2020년 3월 처음으로 공매도 일시 금지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두 번의 공매도 금지 연장까지 이뤄냈죠. 금융투자소득세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인 만큼 개미들의 불만에 결국 폐지됐습니다. 국회에서 주도권을 쥔 민주당이 금투세 관련 간담회를 열자 직접 찾아가 투쟁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습니다.

    이 외에도 대주주 요건에서 '가족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변경하게 하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당국의 규제를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요즘 개미가 보통 개미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간 큰손들의 '호구'로 불리던 개미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똑똑해질 수 있었던 건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큽니다. 언제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고 의견을 모으며 연대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도 활발해졌습니다. 

    투자 리터러시의 향상도 한몫했습니다. 유튜브나 증권사 리포트를 적극 활용해 기업을 분석하고 경제 이슈를 학습하기도 합니다. 단기 시세에만 매달리던 과거와 달리, 장기적인 시각으로 제도 변화와 정책 흐름까지 읽어내며 대응 전략을 세우죠. 세력들의 횡포에 힘없이 휘둘리던 시절은 막을 내린 것입니다.

    이제 개미들은 시장의 주변인이 아니라, 판을 움직이는 주체로 서 있습니다. 정책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행동으로 맞서고, 규제가 시장을 왜곡한다고 생각되면 이를 바꾸기 위해 직접 움직입니다. 대주주 요건, 증권거래세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핵심 이슈가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의 싸움에서 개미들은 이미 몇 번이나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 경험은 자신감이 됐습니다. 자신감은 곧 결집력으로 이어졌죠. 시장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그리고 내 계좌를 지키기 위해 이들은 앞으로도 물러서지 않을 전망입니다.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본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살아남고 더 나아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이자 생존 방식일 뿐이라는 게 개미들의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