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도주 원전주, 미국과 불공정 계약 논란에 주가 폭락단기 주가 급등에 밸류에이션 부담 … 대장주 두산에너빌, 외인·기관 양매도 지속국내 밸류체인에 실질 영향 제한적 평가도 … 조정 시 매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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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상반기 주도주였던 '조방원'(조선·방위산업·원전)의 한축인 원전주가 '퍼주기 논란' 속에 폭락했다. 올 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만큼 매수세를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협정 내용이 국내 원전 밸류체인 업체들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를 근거로 저가 매수 기회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 대비 2100원(5.32%) 내린 3만 7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KPS(-8.70%), 한전기술(-8.04%), 우리기술(-7.60%), 한신기계(-6.75%) 등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도 8.6% 추락하며 5만 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하락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정규장을 마친 뒤 이어진 애프터마켓에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전 거래일보다 12.60% 내린 5만 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20.89% 내린 5만 1500원까지 폭락했다.한전KPS도 애프터마켓에서 10.44% 하락하면서 정규장 하락률(-8.70%)보다 커졌다. 한전기술도 정규장(-8.04%)보다 애프터마켓(-12.53%) 낙폭이 확대됐다.상반기 주도주로 주목받으며 하반기에도 시장을 이끌 테마로 주목됐던 원전주가 폭락한 건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각종 독소조항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올해 초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에 차세대 원전 독자 수출에 대한 웨스팅하우스의 검증 등 조건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계약의 기간은 50년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 등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추진 국가를 제외한 지역에선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도 드러났다.이번 폭락이 원전주 하락의 서막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는 지적에서다.원전주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8월 19일 이후 1년간 주가가 226.38% 급등했다. 지난달 7월 6만원대 후반 고점 대비로는 275.20% 상승이다. 7월 기준 업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47배 수준인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140배로 높은 편이다.가스터빈 세계 1위 업체인 GE 베르노바(GEV)의 밸류에이션은 147배로 최근 구겐하임의 조셉 오샤애널리스트는 이 회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적하면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장기적인 성장 펀더멘털에 주목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라고 보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리스크 대비 보상이 매력적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원전주들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과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점치는 대목이다.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7월 7만원 언저리까지 주가가 폭등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6월초 26%에서 7월초까지 3%포인트 빠졌다. 해당 기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2위는 두산에너빌리티(-971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두산에너빌리티(1227억원어치)였다.최근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까지 최근 3거래일 연속 두산에너빌리티가 하락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을 15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최근 3거래일 동안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양매도 기조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899억원어치, 기관은 568억원어치 두산에너빌리티를 팔아치웠다.실제 전날 하락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도 원전주는 일제히 추가 하락하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 대비 12.44% 폭락한 5만3200원에 거래 중이다. 한전KPS와 한전기술도 각각 5.62%, 9.97% 급락 중이다.대형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이번 계약 논란은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 잘나가던 원전주의 조정 빌미가 되고 있다"면서 "원전주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반면 해당 협정 내용이 국내 원전 밸류체인 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평가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한 해외 SMR 설계 기업들과 직접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있어 한국형 원전 외의 파이프라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에 이번 협정이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기술 사용 로열티의 경우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한수원이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비율로 따지면 전체 사업비(체코 원전 2기 26조원 예상)의 1.85% 수준에 해당한다"며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자재 납품은 구체적인 품목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스코프와 일부 겹칠 가능성도 있으나 여전히 주요 기자재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하는 등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아울러 "상반기 강한 랠리 이후 원전관련주 전반적으로 기간 혹은 가격조정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 센티멘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서 좀 더 상세한 내용이 공개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이번 합의가 시장에 알려진 조건과 큰 차이가 없던 만큼 이번 폭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전 수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동시에 해외 프로젝트 수주 시 미국의 제재 리스크가 줄었다"며 "제3국 수출 확대뿐 아니라 미국 원전시장 진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