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코스피, 이달 들어 3.55% 하락세제 개편안 '발목' … AI·방산·조선·원전 주도주 악재 겹쳐기관·외인 양매도 속 개미만 쌍끌이 매수 대응시장 실망감 지속 … "정책 불확실성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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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각사 프라이빗뱅커(PB)들과 진행하는 스터디 모임은 이번주 한 주 쉬어가기로 했어요. 다들 모여봐야 한숨만 쉴 것 같아서... 모임을 취소하니 다들 반기더라고요." (A증권사 프라이빗뱅커)주식을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한숨 짓는 장이다. 그간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주도주에 닥친 악재와 지지부진한 정부 세제 개편안 논의로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 없이 코스피는 고전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을 고대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습이다.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55% 내렸다.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는 3130.09포인트로, 장 중 한때 3079.27까지 밀리며 지난 7월 8일 이후 44일 만에 3100대를 내줬다.코스피 하락을 이끈 건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다. 이달 20일 기준 기관은 8080억원어치, 외국인은 6143억원어치 양매도 기조를 보이고 있다.상반기 잘나가던 코스피가 고꾸러지고 있는 건 국내 악재 영향이다.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의 실망감이 커진 가운데 원전과 방산을 포함해 AI(인공지능) 반도체까지 기존 증시 주도 업종에 악재가 쏟아졌다.우선 상반기 주도주였던 '조방원'(조선·방위산업·원전)의 한축인 원전주가 '퍼주기 논란' 속에 폭락했다.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거래일간 12.37% 급락했다. 한국전력(-3.47%), 한전KPS(-8.54%), 한전기술(-11.31%) 등 원전 관련주도 일제히 급락했다.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각종 독소조항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이 합의로 인해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시장 진출이 막혔다는 평가다.방산주도 비슷한 흐름이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5.93%), 한화에어로스페이스(-7.59%), 한화시스템(-9.63%), 현대로템(-5.01%), 풍산(-6.44%) 등 주요 방산주들은 급락했다. LIG넥스원의 2분기 어닝쇼크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도 하방 압력을 더했다.또 다른 주도 섹터인 조선업종도 마찬가지다. 한화오션(-1.31%), HD현대미포(-3.11%), HD현대중공업(-5.56%)은 최근 주춤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호재로 추가 강세를 보이던 조선주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 속에 고전하는 모습이다.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다"며 AI 거품을 경고하면서 전날 SK하이닉스는 2.85% 내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10시35분 현재 주가가 전일 대비 2.84% 하락하고 있다. 5거래일 연속 내림세로, 6월 이후 처음으로 25만원선 아래로 내려왔다.이달 코스피 하락의 트리거가 됐던 세제 개편안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앞서 지난 31일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주식시장 부양이라는 새 정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50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상태지만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숙고하고 있다.여기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코스피 PBR 10' 발언으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의 자격과 전문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스피 지수가 3200 정도인데 소위 PBR이라고 하는 주가순자산비율이 얼마인지 아냐"고 묻자 그는 "10 정도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바람 잘 날 없는 장세에 주식 전문가인 PB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조29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시가 내릴 때마다 저가 매수로 주식을 사들인 모습이다.대형 증권사 한 리테일 임원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줄 잇고 있다"면서 "기획재정부에서 10억원 기준을 밀어붙인다더라, 또 아니라더라 하는 오락가락한 풍문이 일주일 새 몇번씩 오가면서 PB들도, 고객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정부가 세제 개편안에 대한 조속히 정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신중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주식시장이 더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1400만 투자자가 원하고, 민주당도 원하는 것에 대해 정부의 이런 스탠스는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코스피 5000'을 외친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