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137억원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 … 브랜드 정체성 강화 신제품 주력내수 위주 오뚜기 매운맛 강화, 삼양식품은 해외 맞춤형 공략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낮아지는 추세 … 투자 효율성 높이기 과제
  • ▲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출시한 '농심라면'ⓒ농심
    ▲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출시한 '농심라면'ⓒ농심
    라면업계 ‘빅3’가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 내역을 공개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대체로 소폭 축소되는 가운데, 각 사는 트렌드 맞춤형·글로벌 시장형·제품 다변화형 등 뚜렷이 다른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곳은 농심이다. 

    농심은 올 상반기 137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집행하며 업계 1위를 지켰다.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재출시한 '농심라면', 여름철 비빔면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배홍동칼빔면', 새우탕용기면을 봉지면으로 개발한 '새우탕면' 등 총 6종의 라면 신제품을 연구했다. 

    농심 매출 중 라면 비중은 84.6%에 달하는데, 농심은 상반기 라면 외 스낵 제품을 연구하는 데도 무게를 뒀다. 1981년 출시한 카레맛 스낵 비29를 재출시한 '비29', 스테디셀러 바나나킥의 후속작 '메론킥', '먹태깡 고추장마요맛' 등 6종 이상의 스낵 신제품을 연구개발했다. 

    스낵 비중은 전체 매출의 14.2%에 불과하나, 최근 국내 스낵시장에서 고급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 고부가가치 제품 및 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8%로 전년 0.9%보다 줄었다. 매출은 성장했지만 연구개발 속도는 다소 완만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여전히 가장 많은 R&D를 투자하고 있으나, 비중 감소는 효율성과 선택적 투자 기조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 ▲ 역대 오뚜기 출시 라면 중 가장 매운 수준인 ‘더핫 열라면’ⓒ오뚜기
    ▲ 역대 오뚜기 출시 라면 중 가장 매운 수준인 ‘더핫 열라면’ⓒ오뚜기
    오뚜기는 상반기 95억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매출 대비 비중은 0.64%로 전년 0.70%보다 낮아졌지만, 2023년 0.63%보다는 소폭 올랐다.

    특히 오뚜기는 ‘매운맛’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중심의 시장 환경 속에서 매운맛을 고도화하며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뚜기는 식품안전과학연구소를 통해 스코빌지수(Scoville Index) 측정법 비교·개선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품 개발에 과학적 기반을 더했다. 

    이 연구는 최근 출시된 ‘더핫(THE HOT) 열라면’, ‘불오징어볶음면’, ‘라면의 맵쏘디’, ‘열치즈라면’ 등에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라면 외 간편식 제품 연구에도 투자를 이어왔다. 중앙연구소를 통해 '가뿐한끼 촉촉스팀 닭가슴살 2종', '순후추닭강정', '1인 가구 타켓 간편식 렌지류 4종', '참치마요덮밥(미국 수출용)' 등을 연구해 제품으로 출시했다. 
  • ▲ 삼양 불닭볶음탕면 큰사발 컵라면ⓒ삼양식품
    ▲ 삼양 불닭볶음탕면 큰사발 컵라면ⓒ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연구개발비 규모가 57억원으로 빅3 중 가장 낮았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0.53%로 전년 0.46%보다 증가했다. 투자 효율성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특히 삼양은 식품연구소를 통해 상반기 라면 신제품·리뉴얼 30종 이상을 연구개발했는데, 이 가운데 21종 이상은 수출용 제품이었다. 

    상해·미국·태국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맞춤형 제품을 확대하며, ‘불닭볶음면’ 브랜드의 확장성과 해외 성장세를 이어가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R&D 역시 내수보다는 해외 소비자 입맛을 겨냥한 맞춤형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업계 전반적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원가 상승과 수익성 방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라면업계의 연구개발 방향성을 '규모의 시대에서 효율의 시대로 전환'이라고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면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R&D 확대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는 글로벌화, 건강·친환경 라면, 맞춤형 매운맛 같은 세분화된 연구 테마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