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 기준 522억원 매도 우위 … 매도세 다소 완화AI 대표 수혜주인 카카오 1652억원 '뭉칫돈'실적 개선·금리인하 수혜 삼성SDI·LG엔솔 2차전지株에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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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소방수 역할을 했던 '투자 큰손' 연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이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 '팔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가 3200대를 돌파한 가운데 비중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연기금은 소버린 AI(국가대표 초거대 인공지능)의 대표 수혜주인 카카오와 잇단 호재 속에 주가 부활이 기대되고 있는 2차전지 대형주를 대거 사들여 주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52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149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7월 이후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온 연기금의 순매수세는 지난 6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 상반기 동안 6조2340억원어치 사들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왔지만 지난 6월 5070억원 순매도에 이어 7월 7350억원을 팔아치웠다. 매도세는 이달 들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매도 우위에 있다.

    글로벌 증시 대비 차별적인 강세를 보인 코스피로 인해 국내 주식 비중이 커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연기금은 카카오를 165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정부는 국가가 주도해 개발하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로, 디지털 주권 확보와 AI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하는 '소버린 AI'를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사업의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실적·AI 전략에 연기금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2분기 매출 2조283억원, 영업이익 1859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영업이익은 38.8% 늘었고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1254억 원)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내달 카카오톡 전면 개편과 함께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 ‘카나나’ , 오픈AI와 협업 중인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기대감을 받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카카오가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 속에 카카오 주가는 이달 들어 11.55% 상승했다. 증권가는 카카오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점치고 있다. 이달 들어 카카오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19곳 중 11곳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메신저로 변화할 카카오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하며, 다음 달 진행할 카카오톡 탭 개편으로 소셜 미디어와 숏폼 확대에 따른 광고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4분기 챗GPT 제휴를 통한 AI 역량 강화는 전 국민의 AI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 메신저로서 존재감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2차전지 종목에도 뭉칫돈을 베팅했다.

    순매수 2위와 3위는 모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2차전지 종목이다. 연기금은 삼성SDI를 1000억원어치, LG에너지솔루션을 8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외에도 포스코퓨처엠(319억원), 엘앤에프(236억원), 두산퓨어셀(199억원) 등 2차전지 관련 종목들에도 연기금의 매수세가 몰렸다.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2차전지 섹터는 리튬가격 회복세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나 에코프로비엠이 지난 2분기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섹터 전반에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증권가 전망치를 뛰어넘는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여기에 잭슨 홀 미팅에서 미국의 ‘9월 금리 인하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성장주인 2차전지 섹터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용시장 둔화를 이유로 들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는 금리 인하 시 수혜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차 등 최근 낙폭이 과대하다거나 저평가된 종목으로 평가되는 종목들도 연기금의 선택을 받았다.

    이 기간 연기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801억원어치, 현대차를 424억원어치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해 국내 증시 큰손인 연기금 선호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코스피 지수가 3100~3300 사이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는 가운데 순환매가 전개 중"이라며 "외국인·연기금 투자자의 동시 순매수세가 발생 중인 섹터에 대한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