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도 관세율 명문화 관철 불발현대차 2분기 관세 손실 1.6조, 月 5380억대미 車 수출 '뚝뚝'… '합의 파기될라' 불안감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자동차 관세 인하 명문화가 불발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양국이 합의한 관세의 실제 발효 시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 없이 마무리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쌓여가는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타결한 관세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에 언제든 뒤집힐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지난달 31일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진전이 없는 상태다.

    품목별 관세는 상호관세와 달리 별도 근거에 따라 부과하기 때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적인 행정명령 서명이 필요하다.

    앞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결정한 일본과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지연되면서 기존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미국과 관세를 합의했던 영국은 합의 후 54일이 지나 적용된 바 있다.

    당초 업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담을 줄일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지난달 합의된 상호관세 15%의 명문화를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소극적으로 일관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자동차에도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내용을 문서화하자는 우리 측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과거 합의대로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 문서화된 합의나 구체적인 인하 조치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한미가 합의한 관세 협상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정상회담 결과에 반영하는지를 두고 양측에 이견이 생기면서 성명이나 공동언론발표문 등 형태의 합의된 문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지난 4월 3일부터 25%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완성차 업계는 손실이 쌓여가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미국 관세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액이 각각 8282억 원, 7860억 원에 달했다. 총 1조6142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이를 단순 계산하면 현대차그룹은 25% 관세 유지 시 한 달간 약 5380억 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자동차 25% 관세율이 지속되는 점은 우리나라 수출에도 불리한 대목이다. 수출 효자 상품이던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342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들어서는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실제 대미 자동차 수출은 미국이 지난 4월 3일 수입차에 대해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자 ▲4월 28억9000만 달러(-19.6%) ▲5월 25억2000만 달러(-27.1%) ▲6월 26억9000만 달러(-16.0%) ▲7월 23억3000만 달러(-4.6%) 등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을 앞당기고, 중장기적으로는 세제 지원 같은 구조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가 빠른 시일 내 수출 현장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자동차 업계가 국내 생산 기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등 정책적 지원을 기대한다"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지난 관세 협상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아닌 정치적 합의라는 형식을 택한 만큼, 향후 트럼프의 변덕으로 한국에 적용된 관세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합의문 자체가 안 나왔기 때문에 구속력은 약하다"라며 "만약 한국이 약속한 걸 이행하지 않거나 아주 큰 원칙이 어그러졌을 땐 합의가 뒤집힐 수도 있으므로 양국 간 세부적인 부분에서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