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공택지 공급, LH 직접 시행해 분양·임대LH, 인력·재원 부담 해결돼야…"시공비 인상 필수"부실화 심화 우려도…"집값안정 효과 제한적" 전망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정부는 9·7주택공급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100% 자체 개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LH의 직접시행을 통해 공공주택 공급속도를 높이겠다는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LH 부채부담 및 사업수행 역량, 수익성 감소에 따른 건설사 참여제한 그리고 한정적인 활용가능 부지 등으로 '공급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LH가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안이 담긴 대책을 발표했다.

    LH는 '공공주택법', '택지개발촉진법' 등에 따라 개발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사업까지 맡을 예정이다. 향후 매각 예정인 주택용지부터 매각이 중단된다. 다만 현재로선 대략적인 착공 목표치만 제시했을 뿐 어떻게 속도를 높일 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 또한 LH가 시행 능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실행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 시행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 "부족한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LH가 직접 시행을 하는 것은 만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완공되는 아파트의 품질은 공공 아파트 정도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LH가 직접 시행하려면 토지보상부터 해야하지만 지난해 말 LH 부채만 160조원에 달한다"며 "공공분양가 또한 민간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꺼내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에 대한 참여 유인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공공성을 강화해 공사비 등을 억누를 경우 주택품질과 상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공공택지 등 LH의 직접 시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민간 건설사는 도심 정비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도급형 민간참여사업도 1군 건설사를 끌어들이려면 시공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실제로 업계에선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도급형 민참사업은 건설사가 발주처인 LH로부터 공사비만 지급받고 분양 실적에 따른 수익은 배분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공공발주는 민간 현장보다 공사비 책정이 엄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업 참여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자재비 등 건축비 인상 없이 고급화는 힘들고 경기침체 속 마진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형건설사가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공공분양에 따른 수익성도 크지 않으면 양질의 아파트가 공급되긴 어려운 만큼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채만 160조원에 달하는 LH의 재무구조 관리 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부채비율은 218%에 달한다. 향후 5년간 최대 14조원의 추가 적자까지 예상된다.  

    땅 투기 논란 등이 계속돼 온 LH에 힘을 싣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낮은 분양가로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현재 부채를 고려하면 어떻게 사업비용 등을 감당할지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LH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활용 가능한 부지가 한정적인 만큼 강남3구, 용산구 등 핵심지역 수요를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나 제도개편은 없어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소장 또한 "국내 주택 공급의 80%를 차지하느 민간 건설사의 시장 참여 의욕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LH가 독자적인 시행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 주택 공급이 오히려 지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