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임명 이어 산은 회장도 대통령 동문 인사 논란측근 중용 신호탄?… 학연·지연 얽힌 '금융권 낙하산' 부활수은·신보·IBK 등 줄줄이 수장 교체 예고… 정권 코드 재현 우려"코드 인사 악순환, 금융기관 공적 기능 훼손 불가피"
  • ▲ 왼쪽부터 이찬진 금감원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후보자 ⓒ연합
    ▲ 왼쪽부터 이찬진 금감원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후보자 ⓒ연합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맞물려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속도를 내면서 '코드 인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되자 금융권에서는 "전문성과 독립성보다 대통령 코드가 우선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IBK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6개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임기 만료·예정 또는 공석 상태다. 이들 기관은 최근 금융위원회 해체와 기획재정부로의 기능 이관이 가시화되면서 정치적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한국산업은행 회장으로 내정된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의 사례가 단적인 신호탄이다. 산업은행 역사 71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조직 승계'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동문 코드 인사 아니냐"는 논란이 즉각 불거졌다. 내부 승진의 의미가 '동문 낙하산'이라는 정치적 꼬리표로 희석된 셈이다. 

    앞서 취임한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비슷한 논란을 불렀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자 학계 인사였던 그는 대통령과 가까운 학연·사회적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발탁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금융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수장의 자리에 앉은 것은 결국 "전문성보다 대통령과의 연줄이 우선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금융권에서는 "이찬진은 전문성 결여, 박상진은 전문성은 있지만 학연의 그림자"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문제는 이 같은 코드인사가 산업은행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반기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한 만큼, 정권 코드 맞추기식 낙하산 인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전례는 이런 우려에 힘을 싣는다. 역대 금융 공기업 CEO 자리에는 특정 대학·출신 지역 인사들이 '줄 맞추기' 하듯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 

    실제 신용보증기금의 역대 이사장 21명 중 13명이 기획·재정 관료 혹은 특정 대학 출신으로 채워졌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정부 요직 출신 낙하산 인사가 단골처럼 내려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코드에 맞는 수장 교체가 반복되면서 기관의 연속성과 중립성은 늘 도마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드 인사가 금융공기업에 미칠 파장이 단순한 낙하산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민경제의 '안전판'을 담당하고 있는 해당 기관을 정치적 코드 인사가 장악할 경우 본연의 공적 기능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책 집행이 정권 성향에 따라 휘둘리면 구조조정, 예금자 보호, 중소기업 지원 정책 등에서 불신이 커져 금융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

    한 학계 전문가는 "금융 공기업 CEO 인선은 국민경제의 미래 방향성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자리"라며 "정권 코드 인사가 반복될 경우 금융 공공기관은 '정치 코드 집행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