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후보자, 이재명 대통령 '경제 멘토'서울대분배정의센터 대표 등 강성 평가프리미엄석, 마일리지 사안에 강공 우려
  • ▲ 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이달 5일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뉴데일리DB
    ▲ 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이달 5일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뉴데일리DB
    강성(强性)으로 평가받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체제 출범이 임박하면서 대한항공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대한항공의 프리미엄석 도입,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으로 인한 마일리지 개편안 등의 사안에서 공정위가 과도한 압박에 나설 수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주병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주 후보자는 이달 5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으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주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분배정의연구센터 대표를 지내면서 분배적 정의와 소득 불평등 등을 연구해 온 진보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특히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분배 정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에서 경제정책분과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주 후보자는 취임 후 강력한 드라이브에 나설 공산이 크다. 

    대한항공이 프리미엄석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반석 좌석 도 개조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전면 중단하겠다고 한 배경에는 주 후보자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5일 보잉 ‘777-300ER’ 항공기 11대를 업그레이드 해 프리미엄석을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프리미엄석은 비즈니스석와 일반석 중간에 위치한 클래스다. 

    다만 프리미엄석 도입 과정에서 일반석 배열구조를 기존 3-3-3에서 3-4-3으로 변경하면서 일반석 좌우 너비가 1인치 줄어들게 됐다.  

    주 후보자는 지난 3일 인사청문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좌석 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가 우려되는 여러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달 5일 인사청문회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 중 하나인 ‘2019년 대비 좌석 공급 90% 유지’ 관련 질의에 “만약 좌석을 축소한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기업결합 집행정지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 공정위 규제로 인해 인천~괌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 등이 한시적으로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뉴데일리DB
    ▲ 공정위 규제로 인해 인천~괌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 등이 한시적으로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뉴데일리DB
    대한항공은 이달 5일까지만 해도 프리미엄석 개조 중인 777-300ER 1호기는 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남은 10대의 경우 소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 후보자 발언 이후 지난 7일 “프리미엄석 항공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일반석 3-4-3 배열 좌석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좌석 제작사와의 협의 및 재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향후 계획은 추후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18년 3000억원을 투자해 프리미엄석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일각에서는 계약 변경에 대한 위약금 발생, 프리미엄석 도입 시기 지연 등을 언급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마일리지 개편도 쟁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공정위에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은 공정위로부터 지적받은 내용 등을 반영해 수정된 개편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주병기 공정위 체제에서 보다 강력한 기준으로 심사를 받게 됐다.  

    한편, 공정위가 강한 규제를 한다고 해서 소비자 편의가 반드시 향상되는게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19년 대비 좌석 공급 90% 유지’ 규제로 인해 인천~괌 노선에서 공정위의 당초 취지와 다른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해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고객 편의 감소를 우려해 이같은 규제를 결정했다. 문제는 인천~괌 노선의 수요가 줄어드는 데 규제로 인해 대한항공은 해당 노선의 좌석을 줄일 수 없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한시적으로 인천~괌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규제로 인해 오히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규제로 인해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들은 억지로 해당 노선 좌석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면서 “수요는 줄고 공급이 늘어나니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다른 항공사들이 피해를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