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원전 짓는 데 15년" AI 전력 대응에 원전으론 어렵다는 인식실제 국내 원전 착공부터 상업운전까지 평균 공사기간 91.6개월발전용량 1000MW급 이내선 착공 이후 5~6년이면 상업운전14년 걸린 신한울2호기는 후쿠시마 원전 영향에 설계 보강원전업계 "주52시간제 탓에 원전 건설 기간만 더 늘어나"
  •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11.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11.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소는 짓는 데 최하 15년이 걸린다"고 한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지능(AI) 산업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니 원자력 발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기본 맹점이 있다"며 "원전을 짓는 데 최하 15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가장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이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제 국내 원전 건설기간은 평균 7년 8개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뉴데일리는 국내 가동 중인 전체 원전 26기의 운영허가 현황 및 공사기간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평균 공사기간은 착공일부터 상업운전 개시일 기준 91.6개월로, 약 7년 8개월 걸렸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15년의 절반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내 원전 중 가장 노후된 고리2호기(650MW)는 1977년 3월 착공해 1983년 7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공사기간은 6년 4개월이다. 고리3‧4호기(950MW)는 1978년 2월 동시 착공해 각각 7년 7개월만인 1985년 9월, 8년 2개월만인 1986년 4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고리2(2023년 4월8일)·3(2024년 9월 28일)·4호기(2025년 8월 6일)는 운영허가 기간 만료로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이 원전들은 가동 연한 이후에도 가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운전'을 신청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1980년 3월 착공한 한빛1‧2호기(950MW)는 각각 6년 5개월만인 1986년 8월, 7년 3개월만인 1987년 6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1981년 1월 착공한 한울1‧2호기(950MW)는 상업운전개시까지 각각 7년 8개월, 8년 8개월이 걸렸다. 1981년 6월 착공한 한빛3‧4호기(1000MW)는 상업운전까지 각각 5년 9개월, 6년 7개월이 소요됐다.

    1990년대 지어진 원전의 건설 기간도 비슷했다. 월성2호기(700MW) 5년 9개월, 한울3·4호기(1000MW) 각각 6년 3개월·7년 7개월, 월성 3·4호기(700MW) 각각 5년 10개월·7년 1개월, 한빛5·6호기(1000MW) 각각 5년 8개월·6년 3개월, 한울5·6호기(1000MW) 각각 5년 6개월·6년 3개월이 걸렸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건설된 원전 가운데 가장 공사기간이 길었던 한울2호기도 공사기간이 총 8년 6개월로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도 마찬가지다. 신고리1·2호기(1000MW)가 각각 6년 1개월, 7년 6개월 걸렸고 신월성1·2호기(1000MW)는 각각 6년 9개월, 9년 9개월이 걸렸다. 새울1·2호기(1400MW)는 각각 9년 3개월, 11년 11개월이 소요되며 처음으로 공사기간 10년을 넘겼다.
  •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공사기간 15년에 가장 근접한 원전은 지난 2022·2024년부터 상업운전을 개시한 신한울1·2호기(1400MW)다. 신한울1호기는 2010년 4월 착공해 2022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공사기간이 12년 8개월 걸렸다. 신한울 1호기와 동시 착공한 신한울2호기는 지난해 4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가 공사기간이 14년 걸렸다. 

    신한울1·2호기의 공사기간이 다른 원전보다 길었던 이유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원전 건설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안전성과 관련된 설계 보강을 많이 했다. 이런 이유로 신한울1·2호기 원전 건설이 상당부분 지연이 된 것"이라며 "신한울1·2호기 공사기간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통상 1GW급 원전을 건설하는 데 드는 기간을 10년 내외로 평가한다.

    실제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한 신한울3·4호기는 준공까지 8~9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울3호기는 2032년, 신한울4호기는 2033년 각각 준공 될 예정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에는 원전 착공부터 상업운전까지 5~6년이 걸렸다"면서 "그러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나서부터 근로시간 감소로 원전 건설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