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산재보험·노동안전 등 친노동 정책 '드라이브'과도한 목표 지향적 정책에 '속도전' … 노사 모두 불만 8개월째 실종된 경사노위 주도 노·사·정 '사회적 대화'뉴노멀화된 경기침체 … "노동시장 경직성 막도록 고민"
  •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경영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경영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부터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까지 노동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사회적 대화' 과정을 생략한 채 속도전에 몰두하면서 경기침체 속 리스크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6개월 간 △노란봉투법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산재보험·고용보험 확대 △노동안전 종합대책 △실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중 지난 20일 입법 추진 방향을 발표한 기본법은 5월 1일 노동절 입법을 목표로 제시할 만큼 현 정부의 주요 개혁 과제로 꼽힌다. 이는 경제·사회적 변화와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규범적 선언의 성격을 갖는다. 

    이와 함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 추정 제도'도 도입한다. 특고·프리랜서 등 분쟁이 발생했을 때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전제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사업주가 입증토록 하는 제도다.

    노동계는 입법 취지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입법 내용이 노동자 권리 보호에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별도의 법을 제정할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계에선 법원이 근로자성을 넓게 인정하는 추세에서 근로자 추정제까지 도입될 경우 기업의 부담과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특히 사업주로선 고용·산재보험은 물론,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고 최근 들어 강해진 산업안전 책임도 넓게 인정되는 만큼 기업 운영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노사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봉법을 두고도 양측 반발이 극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 개정안은 제대로 된 숙의 과정 없이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만인 작년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해석지침(안)을 두고선 노동계에서 전면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친(親)노동' 기치를 내걸며 추진하는 노동 정책이 노사 모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자, 관가 안팎에선 설정된 목표에 치중한 속도전보단 '사회적 대화'를 필두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사정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로 사회적 숙의를 위한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의제별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정년연장을 논의했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기침체가 뉴노멀화된 상황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사회보장보험의 확대, 정년연장 등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친노동 정책이 반(反)기업 정책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근로자가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친노동 정책이 무조건 나쁘다 할 순 없다"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이 동반되지 않으면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화되고, 경영진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우리 경제의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