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분리·공공기관 지정 놓고 첫 대면…노조 “투쟁 확대”이 원장 “직원들 원치 않는 결과, 깊이 공감”…공식 입장 표명다음 주 국회 앞 집회 예고, 총파업 가능성도 언급금융위 권한 흡수설까지 겹치며 갈등 국면 장기화 조짐
-
- ▲ ⓒ금감원
금융감독원 노조가 사흘 넘게 이어온 집단 시위 속에 마침내 이찬진 원장이 첫 입장을 내놨다. 그는 조직 분리로 인한 비효율성과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약화 우려를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직원들의 불만에 공감했다. 하지만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노조의 결의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다.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면담에서 이 원장은 정보섭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윤태완 비대위원장과 마주 앉았다. 그는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 점에 대해 경영진도 깊이 공감한다”며 “향후 세부 운영방안 설계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침묵을 이어오던 그가 조직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노조 측은 즉각 투쟁 확대를 선언했다. 윤태완 비대위원장은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철회가 관철될 때까지 싸우겠다”며 “다음 주에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국회 앞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총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직원들은 이날도 나흘째 ‘검은옷 시위’를 이어갔다. 출근길마다 로비에 모인 수백 명은 “금융위 설치법 원점 재검토”, “금소원 분리 철회”를 외쳤다. 일부는 근조화환과 명패를 내려놓으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운명을 다했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상징적 행동으로 조직 해체 위기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낸 것이다.노조는 특히 금융위원회가 제재심의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등 핵심 기능까지 가져가려 한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권한이 축소될 경우,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금융감독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이 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국회와 관계기관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는 “졸속 추진된 조직 개편의 문제를 원장이 직접 앞장서 막아야 한다”며 사실상 행동을 촉구했다.금감원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까지 거론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이 원장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발언이 조직 내 불안을 잠재울 동력이 될지, 아니면 노조의 투쟁 의지를 더 자극할지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