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만 충족하면 자동 보상 … 손해사정 절차 생략 가능항공기 지연부터 기후질환까지 … 보험사, 신상품 출시 경쟁폭염·온열질환 급증에 시장 확대 … 국내 시장 성장 기대
  • ▲ ⓒ챗GPT
    ▲ ⓒ챗GPT
    최근 보험사들이 잇따라 지수형 보험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실제 피해 입증 없이 약정된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손해사정을 거치지 않아 보상이 빠르고 간편하다.

    이상기후가 잦아지며 항공기 지연 특약 등 해외여행보험에 주로 적용됐던 상품이 전통시장 날씨 피해 보상보험 등 생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내달 '전통시장 날씨 피해 보상보험'을 단체보험으로 선보인다. 강우량·폭염·최고·최저 기온 등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정액 지급하며, 실제 피해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화재·풍수해보험이 피해 발생 시 복구비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특정 조건만 충족하면 보상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민간 기후보험 출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지수형 보험은 피해액을 산정하는 손해사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청구가 간편하고 지급이 빠르다. 정해진 기준만 충족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돼 소비자 분쟁 가능성도 낮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기존 보험으로 보장하기 어려웠던 기후 리스크에 대응해 자연재해 직후 복구 자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지수형 보험이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통계 부족과 지역별 피해 편차 등으로 활성화가 늦었다.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도 피해 규모가 달라 일관된 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보험개발원이 항공기 지연 지수형 보험 참조요율을 산출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자 보험사들이 속속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시 지연 시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을 선보였고, 현대해상은 국제선 2시간 이상 지연 시 정액 보상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KB손해보험도 해외여행보험을 개정해 항공기 지연 특약을 강화하고 업계 최초로 기후질환 보장을 추가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증가는 지수형 보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기상청과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폭염일수는 2019년 13.1일에서 지난해 30.1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수도 1841명에서 3704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2년 동안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온열질환 관련 실손보험금도 2억2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지수형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지수형 보험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 역시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향후 더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보험개발원이 항공기 지연 보험의 참조 요율을 산정한 이후 관련 통계와 제도 기반이 마련되면서 상품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며 지수형 보험에 대한 수요와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