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한도 풀렸지만 은행 창구는 ‘대기 모드’총량 관리·전산망 부담에 선별적 실행 불가피거듭된 규제 혼선 속 차주들 발길 헛걸음 반복"정책 발표 전 현장 조율 필요"…불신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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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 부담을 낮추려는 차주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헛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담대 갈아타기(대환대출)의 1억원 한도 제한을 전격 해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부분적 실행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12일부터 1억원 초과 주담대 대환대출을 가장 먼저 개시했고,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도 이번 주 내로 전산망 구축을 마치고 대환대출 업무를 순차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그간 6·27 대책으로 1억원 이하로 묶여 있던 대환대출은 정부가 9·7 대책에서 한도를 해제하면서 다시 문이 열리게 됐다.

    문제는 재개가 됐음에도 실제 창구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을 찾은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대환대출 상담을 마치고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부가 풀었다길래 왔는데, 실제로는 조건이 까다롭거나 대출 실행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며 "괜히 헛걸음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은행 창구 역시 한산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담창구 직원은 "대환대출 문의는 늘었지만, 아직 모든 지점에서 즉시 실행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시스템 안정화와 내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준 때문에 대출 실행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은 이번 주 내로 재개를 공식화했지만, 전산망 개편과 총량 관리 부담 때문에 '선별적 실행'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자체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대환대출 중단을 이어가기로 했다.

    은행들이 소극적인 이유에는 단순히 '시스템 미비'가 아닌, 총량 관리 부담도 자리 잡고 있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성격이지만 일부는 가계부채 총량에 포함된다. 만약 특정 은행이 먼저 창구를 열어 신청이 몰리면, 연말 관리 목표를 초과할 위험이 커진다. 대환대출 재개는 불가피하지만, 무턱대고 받기에는 연말 리스크가 크다는 것.

    이 때문에 은행들은 적극적인 대출 확대보다는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차주 입장에서는"정부가 풀어줬다"는 홍보만 요란했을 뿐, 현장에서는 여전히 발길이 묶여 있는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잇따른 대출 규제가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6·27 대책에 이어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9.7 대책이 현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다시 규제 체계가 뒤집혔기 때문. 은행권이 규제 반영에 급급한 행정 처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책을 쏟아내고도 현장 집행이 늦어지거나 번복되면, 차주 불신만 키운다는 것이다. 정책을 내놓기 전에 은행 시스템과 총량 관리 문제까지 사전에 조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학계 한 교수는 "지금처럼 탁상공론식으로 발표만 하고 실행이 지연되면 금융정책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