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IAEA 원자력 장관회의' 한국 개최 발표180개 회원국 대표단에 "모든 회원국 적극 참여" 당부李 대통령 "재생에너지 대대적으로 키워야" 탈원전 시사황주호 한수원 사장, 여권 사퇴 압박 받아오다 사직서원전 업계 "정부 에너지 정책 일관성 없고 말과 행동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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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혁채 과기부 1차관이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제69차 IAEA 총회에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과기부
정부가 오스트리아에서 개최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69차 총회에 참석해 내년 10월 IAEA 원자력 장관회의 한국 개최를 공식 발표한 것을 두고 "탈원전 홍보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이재명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 "원전을 짓는 데 최하 15년이 걸린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사실상 '탈원전 시즌2'를 예고했다. 그런데 정부는 원자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IAEA 회원국 장관들을 안방에 초청해 K-원전을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꼬이는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을 두고 원전 업계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혁채 1차관은 15~1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진행 중인 제69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정부 수석 대표로 참석 중이다. 이번 총회에는 IAEA 180개 회원국 장·차관급 인사 등 28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과기부는 "구 차관이 IAEA 총회에서 내년 10월 'IAEA 원자력 장관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임을 공식 발표하고 모든 회원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과학 기술, 안전 등 다양한 주제로 4~5년 주기로 열리는 'IAEA 원자력 장관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다. 개최 장소는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알려졌다.구 차관은 이번 IAEA 총회에서 K-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는 기조연설에 나서 "차세대 기술개발과 함께 AI의 활용을 바탕으로 기술혁신과 안전성 강화를 조화롭게 추진하겠다"며 "한국이 AI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AI 대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원자력 분야에서도 안전성·경제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원자력을 위한 AI'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설계·운영·안전 관리 전 주기에 걸쳐 AI와 로봇,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해 차세대원자로의 기술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구 차관은 "SMART(세계 최초 경수형 소형모듈원자로), iSMR(현신형소형모듈원전) 등 경수형 원자로 뿐만 아니라 SFR(소듐냉각고속로), HTGR(고온가스로), MSR(용융염원자로) 등 다양한 차세대원자로의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다"고도 밝혔다.구 차관은 특히 총회를 계기로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와 국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정부가 IAEA 총회에서 각국 대표단을 상대로 밝힌 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국가적 AI 대전환'을 추진 중이고, 이를 위해 SMR 등 차세대원자로 개발을 통해 원전 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9.11. ⓒ뉴시스
그러나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보인 행보와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은 완전 정반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짓는 데 최하 15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AI 산업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니 원자력 발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원전을 짓는데 15년이나 걸리는)기본 맹점이 있다"며 이를 근거로 "가장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SMR에 대해선 "기술도 개발이 아직 안 됐다"고 평가 절하했다.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지난 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그 의견을 12차 전기본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이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고 대통령과 주부부처 장관이 공식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다.원전 산업은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원전의 경우 건설과 운영은 기후에너지부, 수출은 산업부 소관으로 두동강 난다.한국 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까지 갔다가 윤석열 정부 이후 체코 원전 수주 등으로 기사회생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홀대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한국 원전 산업을 주도해온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17일 정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황 사장은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한수원 사장으로 발탁됐다. 26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 등 성과를 냈지만, 최근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이런 상황에서 'IAEA 원자력 장관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을 두고 "탈원전을 홍보하겠다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의도가 자칫 일관성 잃은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정권이 바뀔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말과 행동을 믿을수가 없다"며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해외에 원전을 홍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이라고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