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세계·알리바바 기업결합 승인 … 조직 구성·사업계획 본격화G마켓 60만 셀러 2000만 상품, 동남아 5개국 시작으로 200여 개국 진출 청사진쿠팡·네이버 양강 구도에 균열 변수 … 국내 점유율 확대는 여전히 과제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글로벌 유통이라는 빅픽처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하 알리바바)과 손잡고 출범한 합작법인(JV)을 통해 G마켓을 한국 셀러의 글로벌 허브로 키우고 내수에 집중된 성장 전략을 해외로 확장하려는 승부수다. 내수 경쟁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JV는 양사의 고객정보 및 데이터 관리에 대한 자진시정 조치를 기반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 승인을 계기로 양측은 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 실무 작업에 즉시 착수했다.

    이번 JV의 가장 큰 변화는 G마켓 셀러들의 무대를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현재 G마켓에는 60만여 셀러가 활동 중이며 등록 상품은 약 2000만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기업이 만든 우수 K상품이다. 올해 안에 싱가포르·베트남·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K뷰티·K패션 인기가 높은 지역을 교두보로 삼아, 향후 유럽·남미·미국 등 알리바바 진출국 200여 곳으로 판로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G마켓과 함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도 한국 상품 확대에 나선다. 알리익스프레스의 K-베뉴(K-Venue) 채널은 올해 7월 기준 거래액이 전년 대비 290% 이상 늘었다. 신세계는 JV 출범을 계기로 K-베뉴 내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3~5일 내 안정적인 해외 직구 배송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개인정보 관리 역시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검증된 만큼 양측은 분리된 시스템을 통해 셀러와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JV 승인 직후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면서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JV를 통해 신세계를 단순한 내수 기반 유통기업에서 글로벌 셀러 플랫폼으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류·데이터·브랜드를 묶어 한국 상품의 해외 확산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JV 출범은 쿠팡·네이버가 장악한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변수로도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242조원)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점유율은 각각 22.7%, 20.7%였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운 물류 경쟁력을, 네이버는 검색·쇼핑 생태계와 충성 고객 기반을 무기로 삼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컬리와 제휴해 컬리N마트를 선보이는 등 공세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업계 전체를 뒤흔들 만한 지각변동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해외직구 시장에서는 합산 점유율 40%로 1위지만 국내 이커머스 전체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현재 G마켓 점유율은 10% 내외 알리익스프레스는 0.3%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60만 셀러의 2000만 상품이 글로벌 플랫폼에 실질적으로 연결된다면 G마켓은 단순한 국내 쇼핑몰을 넘어 한국 상품의 수출 창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신세계 입장에서는 내수 한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