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환보유액 4163억달러 … 美 요구액 84% 달해"이재명 "통화스와프 없이 수용 땐 제2 외환위기" 경고IMF “대체로 충분” vs 보수적 지표 “추가 확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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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터와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에 3500억달러(약 484조원)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를 요구하면서 한국의 외환여력과 적정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한국의 8월 말 외환보유액은 약 4163억달러로 미국 요구액은 전체의 84%에 달한다.이재명 대통령은 22일(한국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를 전액 수용하면 1997년과 유사한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일본은 지난 4일 미·일 합의 행정명령 발표와 함께 5500억달러 투자 약속을 명문화했다. 일본의 공식 외환보유액은 1조3242억달러(8월)로 투자액 대비 비중이 약 41%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동일 잣대(3500억달러)를 적용하면 84%에 달하는 고비율이다. 대만의 7월 외환보유액은 5978억7000만달러로 한국보다 훨씬 크다.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 역시 한국은 약 23%에 불과해, 대만(77%)·스위스(124%)·홍콩(116%)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사상 최고였던 2021년 10월(4692억달러) 이후 외환보유액은 등락을 거듭하며 감소세를 보였고, 세계 순위도 2002년 4위에서 올해 3월 사상 처음 10위로 추락한 뒤 7월까지 5개월째 10위권에 머물고 있다.한국은행은 IMF가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충격 대응에 대체로 충분하다고 평가한 점을 강조한다. IMF는 지난해부터 신흥국 공통 지표 대신 스트레스 테스트 중심의 정성평가를 도입했다.그러나 과거 IMF 기준을 충족했던 아르헨티나조차 2018년 외환위기에 빠진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IMF 기준은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국제결제은행(BIS)은 △3개월치 경상수입 △단기외채 상환능력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위험 등을 모두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7000억달러를 훌쩍 넘으며, 일부 학계에서는 최소 9000억달러 이상을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문제는 외환보유액이 단순한 ‘비축 자산’이 아니라 환율 급등 시 시장 개입에 쓰이는 실탄이라는 점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까지 치솟으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시장은 보유액 규모보다 ‘방어 능력’을 더 민감하게 바라본다.외환당국은 환율이 급등할 경우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아 속도를 조절하는데,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달러를 투자에 투입한다면 전체 외환보유액의 80% 이상이 소진된다. 이는 곧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환율 방어 능력’이 약화된다는 의미다.정부는 충격을 줄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이 미리 정한 환율로 서로의 통화를 맞바꾸는 제도로, 위기 시 외화 유동성을 즉각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한다. 단순한 유동성 공급뿐 아니라 외환시장에 ‘최후의 보루’가 존재한다는 신뢰를 주는 효과도 있다.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상설 스와프 라인은 기축통화국 5개 중앙은행(EU·일본·영국·캐나다·스위스)에 한정돼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당시 한시적·한도형 스와프를 맺은 전례가 있을 뿐이다.전문가들은 “미국 요구를 일괄 거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 투자·용처 조율 같은 절충안을 마련해 시장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