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발주량 3480만GT … 연간 최고치 전망'좌초자산 위험' 경고에도 수요 활황 꾸준해EU, 러시아 NLG 퇴출 … 일본, 14조 신조 계획시장 70% 과점한 K-조선 … 당분간 호조 기대감
  •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시장이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황금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LNG운반선 발주량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신규 발주 계획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호황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량은 3480만GT(총톤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발주량은 3830만GT로,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준 발주량이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LNG는 파이프라인 가스와 달리 액화를 거쳐야 하고, 저장·운송에 반드시 LNG운반선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과 글로벌 LNG 프로젝트 확대와 함께 성장한 LNG운반선 시장에 대해 공급과잉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LNG운반선 수요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실제 국내 기후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은 지난 7월 글로벌 LNG운반선 시장이 일시적 침체를 넘어 구조적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 LNG선의 좌초자산 규모가 108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LNG선대의 약 10%가 유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UCL 에너지연구소와 쿠네 기후센터(KCC)는 최근 2035년까지 최대 480억 달러 규모의 LNG선 투자가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LNG는 석탄·석유보다는 친환경적이지만, 화석연료의 일종으로 구조적 쇠퇴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LNG운반선 시장은 당분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LNG선 발주량은 2021년 1820만GT에서 2022년 3450만GT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2023년에도 3710만GT, 지난해 3830만GT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NG운반선 선가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 8월 17만4000㎥급 LNG운반선 가격은 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억6000만 달러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춰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가의 가격을 유지하며 고부가가치 선박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각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으로 발주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은 2027년 1월 1일까지 러시아산 LNG를 퇴출한다는 목표다. 러시아산 LNG 수입을 중단하고 다른 지역에서 LNG를 수송해오기 위해 필요한 신조 선박은 약 20척으로 분석된다.

    일본도 LNG선 투자 확대에 나섰다. 일본은 자국 내 전력 수요와 아시아 지역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14조원 규모 LNG운반선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일본 선사 미쓰이 OSK 라인즈(MOL)는 2035년까지 LNG 운반선 선대를 150척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40척 이상의 신조 발주가 예상된다.

    우리 조선사들의 수혜도 계속될 전망이다. LNG운반선 신조 시장은 중국과 한국이 양분 중으로, 지난해 국내 조선 3사의 LNG운반선 시장 점유율은 70%를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 선박에 대한 입항 규제 등 제재에 따라 국내 조선업체가 향후 신조 물량 확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