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20여 기업과 K-車 반도체 산업 육성첫 민간 주도 차량용 반도체 협력기구 'ASK' 출범자체 설계·생산 추진 … 팹리스 등 전방위 협력이규석 사장 "외산 의존 줄여 2030 국산화율 2배로"
  • ▲ 현대모비스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차량용 반도체포럼' 'Auto Semicon Korea'를 주최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차량용 반도체포럼' 'Auto Semicon Korea'를 주최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현대모비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2021~2023년과 같은 반도체 수급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29일 경기 성남에서 개최한 제1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 'Auto Semicon Korea'(이하 ASK)에서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국산화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확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여 개 기업, 연구기관과 힘을 합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핵심 반도체 국산화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 LX세미콘,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 글로벌테크놀로지, 동운아나텍,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참가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럽과 북미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차량용 반도체 공동 대응 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는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NXP 등 해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규석 대표는 "국내에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파운드리 등 강한 반도체 생태계가 있지만 대부분 가전과 모바일에 집중돼있다"라며 "이를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활용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협업체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등 자체 개발한 총 16종의 반도체를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전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오는 2030년까지 국산 반도체 적용 비중을 현재의 2배인 1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생태계 구축 의지와 맞닿아있기도 하다.

    성과도 이미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공동 개발하는 차량용 반도체 10종 중 일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2~3년 이내에 10종 이상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혁준 현대차 전자부품구매실장 상무 또한 "오는 2028년까지 국산 반도체 품목들을 다양화해서 제품군별 라인업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2030년까지 국산화를 확대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 (왼쪽부터)이희현 현대모비스 시스템반도체실 상무,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 ⓒ현대모비스
    ▲ (왼쪽부터)이희현 현대모비스 시스템반도체실 상무,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분야는 통상 개발 기간이 길고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다. 또 다품종·소량 생산 시장이라 기업으로선 해당 산업에 진출할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국내 업체는 5곳에 불과했다. 점유율도 3~4% 수준이다. 그러므로 공급망 위기가 오면 취약하다. 2021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덮친 반도체 대란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21~2023년 차량용 반도체 대란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국산화가 거의 안 돼 있고 외산에 의존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그러한 어려움은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한 "현대차·기아와 반도체의 공용화 및 표준화를 진행해 사용하는 반도체 종류는 줄이고 종당 구매 물량은 늘려 구매 볼륨을 키울 것"이라며 "기존에 개발된 반도체를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개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틱스 분야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에는 다양한 반도체가 필요한데, 유사한 기능을 가진 차량용 반도체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의 높은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로보틱스는 물론 미래 모빌리티 전 사업 분야로의 진출도 용이하다"며 "자동차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 이상 성장해 2030년 138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의 주력 수주 품목인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비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동화용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ASK를 연례화해 국내 대표 포럼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스타트업과 유관 기술 보유 기업의 신규 참여를 유도하고 협회·기관에도 개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