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동 발의 K-스틸법, 8→9→10월 재차 연기정쟁에 밀리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강행 속 '찬밥'APEC 앞두고 美·中 눈치보기 지적 … 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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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 ⓒ연합뉴스
철강업계의 구제책인 ‘K-스틸법’ 처리가 또다시 미뤄지며 업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여야가 공동 발의하며 속도감 있게 처리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8월, 9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10월로 또 밀리며 추석 연휴 이후 처리가 불가피해졌다.2일 업계에 따르면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 특별법)은 당초 8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정쟁에 밀려 9월로 넘어왔고, 다시 10월로 연기됐다. 같은 시기 여당 주도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잇따라 강행 처리된 가운데 철강업계 구제 법안은 외면당한 모양새다.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내 철강업계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 속에서 미국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고율 관세를 유지, 수출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유럽연합(EU)도 강력한 무역 보호 조치에 따른 철강 대책을 예고해 국내 철강업계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철강업계 위기는 이미 수치로 현실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2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4% 감소하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수출 호조로 전체 수출액은 증가했지만, 철강만큼은 예외였다.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천27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4분기 BSI는 7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분기보다 7p, 작년 4분기보다 11p 하락한 수치로,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인 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BSI는 지수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BSI는 2021년 4분기(91)부터 17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업계에선 고율 관세가 발효된 철강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13p)의 전망치가 내수기업(-5p)보다 큰 낙폭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미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제조업 체감 경기가 위축되는 양상이다.업종별로로 관세 영향에 따라 4분기 모든 업종의 전망치가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쳤다. 특히 전방 산업인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비금속광물(56), 철강(63), 석유화학(63) 업종의 전망치도 70선 이하를 기록했다. 철강의 경우는 50%의 대미 관세, 석유화학은 중국 및 중동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이 배가되는 상황이다.중소 철강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중소 철강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7%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고 답했다. 또 73%는 미국향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고 호소했다.원재료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글로벌 수요 위축에 50% 관세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 철강 가공업체 대표는 “작년까지 월평균 1000톤을 수출했지만, 지금은 물량이 3분의 1로 줄어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추석 이후에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철강업계는 ‘K-스틸법’을 생존 카드로 지목,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기술 개발 지원, 포항·광양 ‘녹색철강 특구’ 지정 등을 골자로 한다. 또 감산 및 설비 축소 유도, 공정거래법상 담합 예외 적용, 수입재 관리 강화 등 구조조정 수단까지 담겨 있다.업계의 호소에도 K-스틸법 통과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K-스틸법을 비롯한 민감한 통상 법안을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현재 K-스틸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사 중이다. 국회 법안 처리 과정이 상임위 소위 의결→상임위 전체회의 의결→법사위 의결→국회 본회의 상정→본회의 의결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첫 관문도 넘지 못한 셈이다.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은 단순 지원이 아닌 산업 구조조정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조치”라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장기화하고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