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근 등 범용제품 생산시설 축소 방안' 제안업계 "기업 자율에 맡긴 설비 폐쇄, 여러모로 부담"부적합 철강재 수입·유통 제한 'K-스틸법' 기대감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
  •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 ⓒ연합뉴스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 ⓒ연합뉴스
    정부가 노후·비효율 설비 감축을 골자로 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가 요구해온 산업용 전기 요금 인하 대책은 빠지고, 기업 자율에 구조조정을 맡겨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부적합 철강재 수입·유통을 규제하는 ‘K-스틸법’이 오히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실적 해법이라며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급과잉이 심한 철근·형강 부문부터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입재 비율이 3%로 낮은 철근은 사업재편에 따르는 각종 규제 및 절차를 간소화 또는 면제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줘 자발적 설비 감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철강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수입 비율이 큰 열연·냉연·아연도강판 등은 우선 수입 저가 제품의 범람을 막는 조치를 취한 뒤 단계적으로 조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품목별 처한 상황을 고려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철근 매출 비율이 높은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주요 제강사들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국내 최대 철근 생산능력을 지닌 인천 공장 가동을 최근 한 달간 중단했고,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을 무기한 휴업 중이지만 시장 공급 조절엔 역부족인 상태다.

    정부가 중국발 저가 공세, 내수 침체, 미국의 고율 관세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한 철강산업 구제를 위해 내놓은 이같은 방안에 대해 업계는 냉담한 반응이다. 업계가 절실하게 요구해온 전기 요금 인하 대책은 빠진 데다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겼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는 이미 가동률 축소, 셧다운 등으로 이미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고 있다. 더 나아가 설비를 폐쇄할 경우 노조 반발과 지역경제 타격이 불가피해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작 전기료·에너지 비용에 따른 원가 부담이 최고치인데, 이 같은 구조적 부담 완화 방안은 빠져 있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는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 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기술 개발 지원, 포항·광양 ‘녹색철강 특구’ 지정 등을 골자로 한다. 또 감산 및 설비 축소 유도, 공정거래법상 담합 예외 적용, 수입재 관리 강화 등 구조조정 수단까지 담겨 있다.

    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원산지 규정 강화, 부적합 철강재의 수입·유통 제한,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대응 같은 내용이다. 철강업계 제소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산 철강의 HS코드를 속여 들여오는 꼼수 사례가 적발되는 등 정부가 적극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원산지 규정이 강화되면 저가의 중국산 철강 수입이 원천적으로 줄어 철강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권향엽, 국민의힘 이상휘·김정재 의원 등은 ‘K-스틸법’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K-스틸법은 지난 8월 4일 여야 의원 106명이 뜻을 모아 공동발의, 속도감 있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쟁에 밀려 9월은 물론 10월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포항 남·울릉)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오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 특별법)’의 본격 논의를 시작으로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철강산업의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포항 지역경제 또한 깊은 부담을 안고 있다”며 “철강산업과 지역경제는 서로 맞닿아 있다. 산업의 기반을 지켜내는 일은 곧 지역의 일상과 생계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K-스틸법은 소위 심사가 마무리되면 상임위 전체회의→법사위→본회의 순으로 절차를 밟아 통과될 전망이다. 이미 여야 모두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인 만큼 후속 절차는 특별한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